더 저널리스트 : 카를 마르크스 더 저널리스트 3
카를 마르크스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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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 사상가이기 전에 저널리스트였다. [자본론]을 쓰기 이전, 기자 마르크스가 물질적 이해관계에 눈을 뜨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자본론]같은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저널리즘 같은 중간 결과물역시 마르크스가 왜, 어떤 과정을 통해 사상을 구체화했는지 그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에 담긴 마르크스의 기사는 크게 둘로 나뉜다. 1부는 [뉴욕 데일리 트리뷴] 등의 매체에 실린 기사 17편이고, 2[임금노동과 자본]은 소책자로 묶여 출간된 적 있는 연재기사다.[임금노동과 자본]에 해당하는 기사 원문은 1849[신라인신문]에 독일어로 실렸는데, 마르크스가 1847년 브뤼셀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쓰였다.

 

신문 편집장 마르크스는 정부검열과 싸워가며 지면에 신랄한 비판을 실었다. 다음 날 신문은 전날 저녁까지 지정된 검열관에 승인을 받아야 인쇄가 가능했다. 기독교, 프로이센 정부를 비판하는 글은 잘려 나갔다. 마르크스가 생계를 위해 기사를 썼다는 설은 사실이다. 마르크스가 쓴 기사들은 대부분 코멘터리, 시사 논평의 형태를 띤다.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열거하고 분석하는 접근법이다. 생전 마르크스는 나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격적이고 날선 주장을 했지만 근거 없는 주장은 찾기 어렵고 사실에 입각해 글을 쓰는 진정한 저널리스트였다.

 

마르크스는 사상가로서의 위대함을 논외로 하고 <자본론>이나 <공산주의 선언>을 펼쳐 보면 그 느낌은 더 강해진다. 마르크스는 평생 문학을 가까이하고, 지독하게 많이 읽었다고 전해진다. 고전문학을 읽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랐고, 자신의 독서 습관을 자녀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기도 했다. 노년의 마르크스를 인터뷰한 어느 기자는 마르크스의 책장에 셰익스피어와 디킨스, 윌리엄 새커리, 몰리에르, 괴테, 볼테르 등 수많은 문학 작품이 꽂혀 있었음을 증언했다. 마르크스의 글을 보면 종종 문학의 흔적이 등장한다. 화폐의 속성을 논하면서 괴테의 <파우스트>와 셰익스피어의 <아테네의 타이몬>를 인용하는 식이다.

 

가난한 바늘 제조공 헨리 모건이 빈곤으로 굶어 죽은 기사는 생각할수록 믿기 힘든 광경이다. 영국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폭군이 시민들에게 형벌을 내리고 있다. 잔혹한 형태의 죽음을 선고하기도 한다. 사회적 폭군의 행위는 '강제 추방'을 의미하고, 그가 선고하는 잔혹한 형벌은 '굶겨 죽이기'. 출산을 앞둔 여성 두 명은 바로 눈앞에서 집이 해체되는 걸 지켜봤다. 그들은 며칠  밤을 노숙해야 했고, 그 결과 끔찍한 고통 속에 조산했다. 두 여성도 정신을 놓고 말았다. 영국 상류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아이들조차 공포와 박해의 결과로 미쳐버리고 말았다. 노이다트의 둔에서는 오두막집 소작농들이 쫓겨나 낡은 창고에 피신해 있었다.

 

파업이 두드러진 양상 하나는 파업이 공장 노동자가 아닌 비숙련 노동을 하는 하위 계층에서 먼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죄 없는 광둥 시민과 비폭력적인 광둥 상인들이 학살당했다. 삶의 터전은 산산이 조각났다. 인권 또한 참해당했다. '중국인들의 난폭한 행동 때문에 우리 영국인의 목숨과 재산이 위험에 처했다'는 얄팍한 구실로 자행된 일이다.

 

우리 시대의 역사 흐름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급 갈등의 변화 양상을 연구하는 일이었다. 혁명적 노동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유럽이 이로써 기존의 영국-러시아 이중 노예제로 되돌아갔다는 사실 등이다. 프롤레타리아의 혁명과 봉건적 반대 혁명이 맞붙어 전 세계적 전쟁을 치르지 않고서는 어떤 사회 개혁도 이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 등이다. 임금은 무엇보다 자본가의 이득, 이윤과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임금이란 특정 비율에 따라 주어지는 상대적인 양이다. 실질임금은 노동력의 가격을 상품 가격과의 관계로 표현한다. 반면 상대임금은 새로 창출되는 가치에서 살아있는 노동이 차지하는 몫을 나타낸다.

 

오늘날 가짜 뉴스 처럼 마르크스가 유혈 사태를 정당화하려 했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 발언 의도와는 많이 다른 내용이었고, 자신이 체포되어 벨기에 감옥에 갇혔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다. 영국 런던 집에 앉아 있었는데 말이다. 진실성 없는 언론 매체에 대해 마르크스가 어떤 애증을 가졌을지 짐작할 만하다. 저널리스트가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진실을 바탕으로 윤리적 보도를 하려는 신념을 흔히 진정성이라고 부른다. 그 중 마르크스는 누구보다 인간의 권리, 제도의 불합리성, 사회 지향점 등을 논한 저널리스트였다. 진실을 바탕으로 윤리적 보도를 하려는 신념, 진정성을 논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저널리스트 마르크스를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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