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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김시선 지음, 이동명 그림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1세대 영화 유튜버다. 2014년 9월에 영화 유튜브 채널 [시선 플레이]로 시작해, 현재는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김시선] 채널로 영화계 최고의 인기 유튜버로 거듭났다. 현재 KBS 라디오 [김태훈의 시대음감] ‘시선의 시선’의 고정 게스트, 영화감독에게 직접 영화 이야기를 듣는 팟캐스트 [김시선의 영화코멘터리] 운영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 외에도 넷플릭스·왓챠의 공식 리뷰어, 모더레이터, GV 진행, 인터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마음껏 영화를 보고 듣고 말하는 중이다. 영화 잘 아는 할아버지가 되는 게 마지막 꿈이다.
‘나는 영화를 사랑한다’
예전엔 특기란에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영화 감상’이라고 적었는데, 이젠 당당하게 적는다. 영화 감상은, 강물이 흘러 바다에 닿는 것처럼 수많은 영화 감상으로 이어졌다. 많이 보고, 감독의 이름을 대통령 이름 외우듯 공책에 쓰기 시작했다. 땅끝마을 해남의 작은 영화관, 비디오 대여점에서부터 시작된 영화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여러 사람과 영화를 나눌 수 있게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영화로 가득한 그의 모든 순간 중, 방콕하며 정주행하고 싶은 하이라이트 장면만 모았다.
프랑스의 감독이자 유명 영화평론가인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와 가까워지기 위한 3단계를 제시했다. 많은 영화를 보는 것, 극장을 나설 때 감독 이름을 적는 것,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내가 감독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모던 타임즈>는 내가 적어도 열 번 이상 다시 본 영화다. 한가지 비밀을 알게 됐다. 반드시 두 번은 봐야 하는 이유, 결혼에 빗대어 말할 수 있는데 첫눈에 반했다고 하더라도 다 모르는 것처럼 한 번 봐서는 알 수 없다. 결말을 모르는 상태로 영화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영화를 깊이 알기 위해선 결말을 알고 다시 봐야 한다. 이전에 놓친 부분이 반드시 보인다.
하루에 2편, 일주일에 10편, 1년이면 700편이 넘는다. 안 보는 날도 있지만, 하루에 5편을 볼 때도 있다. 일 때문에 봐야 하는 영화, 보고 싶어서 보는 영화, 오늘만 상영해주는 영화 등등 셀 수 없이 많아진다. 영화사는 ‘영화 시나리오 모니터링’이란 걸 한다. 단기 알바로 모집하기도 하고 가까운 지인이나 전문가에게 요청하기도 한다. 저자에게 종종 시나리오 모니터링 요청이 들어온다. 시나리오 모니터링 제안은 전화나 메일로 오는데, 일정이 잡히면 직접 영화사에 방문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인터뷰를 할 때 그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 여배우 이야기인데, ‘시적인 데가 없다.’ ‘시적이다’라는 어떤 의미일까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를테면 영화에서 시적인 것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답하면 멋지게 포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감독의 고민이 길어졌다. “거북이?”로 답을 했다. 감독은 생수병을 잡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서 거북이는 그저 동상이다. 감독님은 ‘시적이다’라는 말이 가장 잘 표현된 예시를 이야기해준 것이었는데 당시에 저자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자는 마음 주변에도 근육이 있다고 한다. 평소 이 근육을 잘 키워야 한다. 마음 근육은 지금 내 상태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근육이 없으면 잘못된 방식으로 행동을 한다든가, 사람이나 사물을 향해 폭력적인 언행을 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받아들이고 부딪힐 수 있는 근육.’(p193)
‘코로나19 발병’ 첫 뉴스가 나온지 몇 개월이 지났고 영화관도 잠시 문을 닫는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지원금을 내놨지만, 영화 종사자들을 다 살린 순 없었다. 영화제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영화를 반드시 ‘극장’에서 체험하게 하는 문화인데, 그걸 온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건, 그만큼 영화제의 상황이 몹시 절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힘든 순간에 힘을 주는 ‘영화가 위로가 되는 순간’, 유튜버로서 일로 만난 일들을 담은 ‘유튜버 김시선의 하루 모음’, 시선만큼이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는 사람입니다‘, 영화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시선 ’하드보일드 세계에서 영화로 살아남기‘, 마음과 특별한 추억에 대한 이야기 ’시선이 머무르는 곳‘, 쭉 계속될 영화 관련 이야기 ’네버 엔딩 영화 생활‘까지. 유튜브 채널에서 영화 친구들과 친근하게 수다를 떨던 김시선과 또 다른 꾸밈없이 솔직한 김시선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