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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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자인과 편집으로 만난 2020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향수]는 현재까지 49개국 언어로 번역 소개되고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부 판매를 기록했다. 소설의 매력은 냄새향수라는 이색적인 소재에서 이끌어 낸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위트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향수>18세기 프랑스에 가장 천재적이면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사드나 생쥐스트, 푸셰나 보나파르트 등의 기이한 이름과는 달리 장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이름은 오늘날 잊혀져 버렸다. 천재성과 명예욕이 발휘된 분야가 역사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냄새라는 덧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상상이 안가지만 이 시대에는 악취가 도시를 짓누르고 있었다. 가장 심한 곳은 파리였다. 페르 거리와 페론 거리 사이에 위치한 이노상 묘지였다. 묘지 인근 시장 바닥에서 매독에 걸린 20대 모친은 대구 비늘을 손질하다 그르누아를 출산하였다. 앞서 네 명의 아이들은 반쯤 죽은 상태로 태어나 생선 쓰레기에 버려졌다. 생선 도마 밑에서 그르누아가 울어 대기 시작했고 엄마는 영아 살인죄의 판결로 그레브 광장에서 처형되었다.

 

아기가 너무 게걸스럽다는 이유로 여러 보모를 전전하다 유모 잔 뷔시는 아기에게 냄새가 없다는 것이 악마에 씌었다며 키울수가 없다고 하였다. 가이아르 부인에게 맡겨져 양육되었다. 부인에 의해 그리말 무두장이에게 값싼 노동력으로 도제가 되었다. 그르누이 자신은 아무런 냄새가 없으면서도 이 세상 온갖 냄새에 비상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작은 얼룩에 이르기까지 그는 냄새로 알아낼 수 있었다.

 

무두장이 도제로 일하던 어느 날 어떤 향기에 이끌려 향기의 원천인 소녀를 발견하고 그녀를 목졸라 죽이고 그 향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의 첫 번째 살인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어 향수 제조자 발디니의 도제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 최대 목표가 세상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 일임을 깨닫는다.

 

그르누이가 온 후 발디니의 향수 가게는 프랑스 전역, 온 유럽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는 크게 앓고 나서 일에 한계를 느낀다. 파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18년 동안 그를 짓눌러 온 것이 진하게 뭉쳐 있던 사람들의 냄새 덩어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외진 동굴에서 자신의 왕국에 향기가 넘쳐 나기를 원했다. 수 마일씩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그르누이가 자신에게 나는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인다. 7년만에 인간 세상으로 나와 향수 제조인들의 로망인 그라스로 가서 <인간의 냄새>를 만들려는 계획을 한다. 그르누이는 향수를 온몸에 가볍게 두드려 발랐다. 지금 몽펠리에의 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 즉 아주 드물지만 사람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사람들의 냄새였다. 그 사람들이 바로 그의 재물이었다. 그라스에서는 원인 모를 연속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머리카락이 남아 있지 않았다. 살인자가 그녀의 옷과 함께 머리카락도 잘라서 가져가 버린 것이다. 주교는 정식으로 그라스의 살인마에 대해 파문과 저주의 처벌을 내렸다. 도시 전체를 공포로 몰아갔다. 스물 다섯 번째 목표인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향기가 나는 소녀의 향기를 취하고 나서 그르누이는 체포된다.

 

그의 처형이 이루어지는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광포한 증오심에 사로잡힌 그들이 1분 전까지만 해도 사형 집행인이 그를 때려죽이기를 갈망하지 않았던가. 모든 사람들의 눈에 푸른옷을 입고 있는 이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매력적이며, 완벽한 사람으로 보였다. 한평생 소유하기를 갈망해 왔던 향수, 지금껏 죽였던 스물다섯 명의 여인에게서 체취한 향기로 만든 향수를 바르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르누이는 죽음은 면했지만 절망에 빠졌다. 살인광인 자신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증오를 느꼈다. 그는 파리 이노상 묘지로 향했다. 자정이 되자 도둑, 살인자, 무법자, 창녀, 탈영병, 젊은불량배 등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는 향수를 온몸에 뿌린다. 향기에 이끌린 부랑자들에 의해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영화를 볼 때 충격적이었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향기로운 향수를 소재로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다니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가의 능력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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