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의자 SN 컬렉션 1
이다루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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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어하우스 소설 SN 컬렉션으로 이다루 첫 소설집 기울어진 의자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서부터 관계가 뒤틀리거나 끊어지는 반복 된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울어진 의자]는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재여서 공감이 많이 되었고 에세이 같은 단편 소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결혼 전 직장 동료였던 수정이는 만날 때마다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계약 직원이던 시절 입사하자마자 더 큰 회사로의 이직을 꿈꾸던 수정이는 사내 결혼을 하여 남편이 육아휴직을 냈고 학무모 모임 참석과 집안 일을 점검하고 있다. 남편이 일할 때는 아이 좀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쉬고 있으니까 다시 돈 벌어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에게 아이가 다 컸으니 사회생활을 권하기도 하였다. 수정이는 딸과의 통화를 끝내고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상사와의 업무 지시를 받고 급하게 회사로 가야 하는 수정이를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수정이가 앉았던 의자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한 친구로 자주 언급했던 준이 엄마가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는 메시지가 왔다. 여름에 아이들과 물놀이를 가자고 해서 같이 가기도 하였는데 늦은 밤에 문자가 왔는데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플리마켓을 연다는 것이다. 만남이 계속될수록 조금씩 지쳐갔다. 플리마켓에 가지 않았는데 서프라이즈 선물을 들고 왔다며 봉투를 내밀었다. 치수가 큰 내복 바지, 비닐 가방, 양말, 스카프, 트레이닝복 등이 들어있었다. 마음에 안들었지만 배려해 준 선물이라 마음은 훈훈했다. 그때 문자가 왔다. “좋은 물건이니까 잘 사용해주면 좋고 총 금액 265000원이야 계좌번호 보낼게마음을 전달받은 줄 알았는데 일방적인 거래였다니 허탈했다. 하나같이 번지수를 잘못 알고 찾아온 불청객의 선물이었다. 와 이건 대박사건이다.

 

아이의 첫 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는 딱히 할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러나지 않게 조금씩 독립을 시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만 같았다. 그래선지 입학식은 기쁘기도 했지만 어떤 아련함을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아이가 첫 입학을 하고 학부모 공개수업은 마음이 설렌다. 엄마 왔다고 자꾸 뒤돌아보지 말고, 당부를 해도 아이는 엄마가 있는 곳을 보게 마련이다.

 

같은 반 아이 중 독감에 걸려 결석한 아이들이 있다고 하더니 준우가 온몸이 늘어져 있어 응급실에 다녀오고 역시나 5일간의 격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며칠 동안 누워 있던 아이가 침대 위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대신 간호하던 내가 감기에 걸렸지만 어수선한 주방과 어질러진 거실은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픈 것도 사치였다.

 

학부모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면 식사와 차도 마시고 쇼핑도 하게 된다. 누구는 비싼 옷을 거리낌 없이 살 수도 있고, 남편의 직업을 물어보기도 해서 당황한 일도 있을 것이다. 세 명이 모이면 본의 아니게 고독과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들이 축구를 할 때 엄마들은 약간은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알고 싶은 욕망이 커지는 듯했다.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인 타인의 삶이 궁금해도 말수를 줄여야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어서 서랍 안에는 대인용과 소인용 마스크가 양쪽으로 나뉘어져 담겨 있었다. 떨어지면 안 되는 쌀처럼 마스크 또한 우리집 필수품 중에 하나가 된 지 오래였다. 사방의 공기가 살벌하게 느껴지고 사람이 보이기라도 하면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걸었다.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시선으로 사람들을 멀리 했다.

 

지금의 내 나이에 들어서 겪게 되는 관계의 양상을, 삶을 녹여내서 보여주는 책은 의외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배운 적 없고 누구 하나 가르쳐준 적 없었지만, 관계의 사건들을 글로써 다양하게 펼쳐 보았다[작가의 말]

 

사람을 많이 만나고 관계를 맺을수록 더욱 유연해지고 양보할 줄 알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관계의 양상을 담은 이다루 소설집 [기울어진 의자]는 일상의 관계를 녹여낸 소설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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