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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평점 :
[스완]은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오승호의 신간이다. 전작 도덕의 시간을 재미있게 읽었다. 표지는 발레하는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은장본 양장으로 화려함을 더 한다. ‘스완’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소녀의 고독한 투쟁을 그린 미스터리. 선과 악, 탁월한 심리묘사는 책을 들자마자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사이타마현 고나가와 시티가든 스완에서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사망자 21명, 부상자 17명이 발생했다. 그들은 구스, 반, 산트로 불렸고, 그룹명은 ‘엘리펀트’라고 지었다. 미국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 그가 감독한 <엘리펀트>는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유즈키 일행은 웹 카메라가 장착된 고글을 쓰고 범행을 저지르며 한 시간에 걸쳐 자신들의 행위를 영상으로 남겼다. 범인 오타케와 유즈키는 자살하였다.
두 발만 쏠 수 있는 모조 권총은 오타케가 제작하였다.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던 오타케는 분수에서 빙글빙글 도는 인형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유즈키는 고글을 벗어 던졌다. 구스, 덩치만 큰 멍청이 자식 호기를 부리며 산트를 쏴 죽였지만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스카이라운지는 유즈키의 마지막 무대다. 사랑스러운 포니테일을 한 이즈미의 모든 것이 유즈키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다.
범인과 가까이 있었지만 살아 남았다는 이유로 이즈미에게 비난의 화살이 꽂힌다. 범인이 다음으로 죽일 사람을 이즈미에게 선택했다는 것을, 같은 사건을 겪은 고즈에가 충격적인 사실을 주간지에 폭로하였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어 버린 이즈미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고 학교나 발레 교실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이 나고 6개월 후 생존자 다섯 명에게 초대장이 왔다. 도쿠시타 소헤이 변호사에게 의뢰한 요시무라 히데키가 기획한 모임이었다. 히데키의 어머니 기쿠노씨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는게 목적이라고 하였다. 이즈미, 호사카, 오다지마는 본명을 쓰고 이쿠타, 하타노는 가명을 썼다. 모임에는 보수도 따른다. 참석을 조건으로 기본급 같은 것이고, 진실을 말하는 대가로 보너스가 지급되고 거짓을 말할 경우 감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변호사는 말했다.
인간이라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로 돕는 것인가? 기쿠노, 일요일이면 오는 스카이라운지 직원이 마음에 안들어 여기를 그만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녀를 구하려고 1층으로 내려갔다. 발레 실력 차이로 이즈미에게 열등감을 느껴 왕따를 시키는 것도 모자라 공연작 <백조의 호수> 오데트와 오딜의 배역이 발표되기 전 스완에서 만나자고 한 고즈에는 엄마를 찾아 헤매는 유키오를 지키려고 하였다. 첫 번째 두 번째 모임에서 몇 명은 진실하지 못했다. 한 사람씩 사건 시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데 묵비 선언을 하기도 하고 언성이 높아진다.
오타케의 범행 동기가 밝혀진다. 지난 여름 스완 경비 업체에서 해고를 당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오다지마가 “꼴좋다” 충동적으로 나온 말을 오타케는 계속 마음에 담아 둔 것 같은 글을 남겼다. 오다지마가 범인을 제압하는 장면이 영상에 찍혀 영웅으로 불리는게 부담스러워 회사도 그만 두었다.
도쿠시타는 처음부터 오다지마와 이즈미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세 번째 타깃은 키쿠노의 죽음에 하타노, 호사카, 이쿠타 중 누구든 관련 없이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분을 우선적으로 모집했다고 말했다. 오다지마는 그날 밤 그 모임이 이후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모임의 참가 멤버 또는 멤버와 가까운 사람일까?
잊지 않을 거야. 네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이기적인 경쟁의식, 제멋대로 스완에 날 부른 것, 스카이라운지까지 날 구하러 와 준 것, 그 짧은 순간. 나와 네가 서로 마주 봤던 단 한 순간에 네 오른쪽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내 모습. 저수지 갑판 위에서 춤췄을 네 오딜을 언젠가는 꼭 보고 싶어서 난 병원 옥상에서 널 떠올리며 춤췄어. 흑조와 반대편에 선 백조를. 네가 가장 멋지다고 외쳐 준 그 오데트를.p511
[스완]을 읽으며 내가 이즈미의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하였다.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가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놀라운 대반전을 만나게 된다. 과연 그날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