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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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라인 세상이 선사하는 무한한 듯한 혜택을 한껏 누리고 있었다. 사고와 판단의 질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제공하는 정보의 양은 우리 사고가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덜 사색적이 되고 더 충동적이 된다. 저자는 인터넷이 인간 지능의 향상과는 거리가 멀고 지능을 더 저하시킨다. 개정증보판으로 이 책은 10년 전보다 오늘날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은행 업무나 쇼핑도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웹을 통해 공과금을 내고, 약속을 잡고, 비행기 표와 호텔을 예약하고, 운전면허를 갱신하고, 초대장과 축하 카드를 보낸다. 이건 일반인들도 많이 하는 일들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브루스 프리드먼은 인터넷이 어떻게 자신의 정신적 활동 습관을 바꿔놓았는지 설명한다. “저는 종이 매체 그리고 인터넷에서조차 장문의 기사를 읽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저는 더 이상 <전쟁과 평화> 같은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고백한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두통과 구토 증상이 괴롭혀 글쓰기를 줄였고,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하는두려움에 있을 때 덴마크제 몰링 한센 타자기를 주문하였다. 그는 발명품에 감동해 이 기기에 바치는 짧은 시를 쓰기도 했다.

 

타자기는 나와 같은 물건. 철로 만들어졌지.

하지만 여행 중에는 쉽게 손상이 되지.

많은 인내와 요령이 필요하고,

우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손가락도 필요하다네.p46

 

과학자들이 영장류와 그 외 동물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도록 훈련시켜보면 기술에 의해 뇌가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가 밝혀진다. 신경가소성이 우울증에서 강박증, 이명에 이르는 정신적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점은 놀랄 일이 아니다. 환자가 자신의 증상에 더 집중할수록 이 같은 증상은 더 깊이 신령 회로에 각인된다. 최악의 경우에 사고는 본질적으로 스스로 통증을 느끼도록 훈련시킨다.

 

읽기와 쓰기의 초기 형태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8000, 사람들은 가축과 기타 물품의 수를 기록하기 위해 흙에 단순한 자국을 새겨 넣었다. 집중적인 새 신경 통로를 발달시켜야 했다. 이 통로의 신경 활동은 의미 없는 낙서를 볼 때보다 의미 있는 상징들을 볼 때 두 배 또는 세 배로 증가함을 현대의 연구들은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은 깊이 생각하는 행위이지 마음을 비우는 행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을 채우고 보충하는 행위였다. 독자들은 글과 생각, 내부적인 감각 흐름에 더 깊이 빠져들기 위해 주변에 산재한 자극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웹에서 검색할 때는 숲을 보지 못한다. 심지어 나무조차도 보지 못한다. 잔가지와 나뭇잎만 볼 뿐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가 비디오와 오디오 콘텐츠를 위한 검색엔진을 만들어내면서 이미 더 많은 생산물은 글로 써진 저작물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분절화를 경험하고 있다.

 

구글 같은 회사가 개발한 정보를 탐색하고, 걸러내고, 유통시키는 강력한 도구들은 그때그때 우리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뇌가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엄청난 양의 정보 속에서 우리가 영원히 허우적거릴 것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정보 처리에 관한 기술이 향상될수록 검색과 정보를 걸러내는 도구는 더욱 정교해져 관련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현상은 심화된다.

 

기억을 아웃소싱한다는 생각을 지지하는 이들은 작업 기억을 장기 기억과 혼돈하고 있다. 한 사람이 장기 기억에 있는 어떤 사실, 생각 또는 경험을 강화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는 다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뇌 공간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에는 슬리피 할로우도, 사색이라는 회복 마법을 부릴 수 있는 평화로운 지점도 없다. 끊임없이 마음을 사로잡는 도심거리의 웅성거림만이 있을 뿐이다. 인터넷의 자극이 도시의 그것이 그러하듯이 활력과 영감을 줄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기력을 빼앗아가고 정신적으로 산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터넷만 우리의 사고방식을 얕고 가볍게 만든다. 눈을 뜨면 휴대폰을 켜고 시간을 보고 블로그나 카페를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앞으로도 점점 더 커질 예정이다. 디지털 문화가 무해하다고 생각한다면, 스마트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도 점점 더 똑똑해진다고 믿는다면, 끝없는 하이퍼링크와 알고리즘의 흐름에 정신을 맡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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