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경의 치유의 말들
박주경 지음 / 부크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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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언론에 몸담은 20년 차 기자이자, 아침 뉴스인 [KBS 뉴스광장]를 진행하는 현직 앵커다. 전작 [따뜻한 냉정]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앵커)을 지녔음에도 말보다 을 우선시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검색해보았다. 6시면 내가 자동으로 켜는 뉴스의 앵커라니 더 반가웠다.

 

잘 다듬어진 글은 더러는 마음에 풀꽃을 심어지기도 하고 드물게는 치유의 향기를 뿜기도 한다. 우리가 음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책에 한눈을 파는 것도 팔 할은 치유에 닿기 위함이다. 치유의 말을 글에서 찾는다.

 

유시민 작가는 어느 방송 토론회에서 자신은 진정성이란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타인의 진정성을 내가 어찌 알겠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진정성이라는 말보다 항상성이라는 말로 표현을 대체하고 싶다. 기류에 기복이 적고 예측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신뢰로 이어지고 서로 간의 친밀도를 높인다. “이 사람은 참 변함없어.” 라는 말이 얼마나 훌륭한 평가인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항상성을 가진 사람만이 진정한 친구로 자리 잡는다.

 

스마트폰을 낳은 신인류를 말하는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가 세 가지 유감을 말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신풍경이 그렇고, 집안에서도 가족 구성원끼리 각자의 방에서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광경, 상상의 나래를 주야장천 스마트폰 안에서만 펼치고 있는 우리네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다. 디지털 문명은 아날로그 감성을 소외시키고,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를 분명 차단한다. 잡스 유감

 

말을 하기 전에 그 말이

3개의 문을 통과하게 하라

첫 번째 문: 그 말이 사실인가?

두 번째 문: 그 말이 필요한가?

세 번째 문: 그 말이 따뜻한가? -<이슬람 수피 속담>

 

살아보니, 나 없는 데서 내 얘기를 좋게 한다 해서 꼭 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내 얘기를 나쁘게 한다 해서 꼭 나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더라. 모인 자리에서의 험담은 버릇과도 같은 것이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서로 맞장구쳐주는 것일 수도 있고 그저 배설하듯 소비하는 말일 수도 있다.

 

전작 수필<따뜻한 냉정>이 나왔을 때 사인 문구로 따뜻한 이별, 냉정한 사랑이었다. 왜 반대로 하느냐 질문이 많았다. 나는 문구가 참 좋다. 이별이 따뜻함으로 남는 것은 여유가 만들어 내는 축복이고 뜨거운 사랑은 평정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사랑은 어차피 주관의 영역이니까. 각자가 생각하고 그리는 사랑이 저마다의 색깔로 천차만별이라는 말이 공감이 간다.

 

저자의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신장 투석을 받으러 병원 갈 채비를 하다 넘어져 척추에 금이 가고 투석과 간병을 한 곳에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았다. 치매와 섬망증까지 추가돼 계절의 변화도 인지하지 못하시고 집으로 모시겠다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나의 친정아버지가 수술하고 병원에 계시니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여러 해 전 죽마고우가 죽었을 때 빈소에서 밥을 먹다가 영정 앞으로 달려가 울었다. 상주인 친구의 형님은 제발 울지 말아 달라고 했다니 4년 뒤 죽마고우가 죽었을 때 울지 않았다. 죽음을 모르는 아이의 눈을 보며 미소를 지어주던 순간, 비로소 진짜 문상객이 되었고 언젠가 상주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도 모자라 보따리를 왜 적셔 놓았냐며 따지고 드는 격으로 응급실 같은 데서 간호사뿐 아니라 병원 경비원, 이송해온 119 대원까지 패키지로 그 꼴을 당하는 경우는 안타깝다.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집은 작은 약방을 하였는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였다. 박카스 쌍화탕, 혹은 커피를 배달해 마시며 잡담을 나눈 그런 곳이었다. 시골 인심은 훈훈한거 같다. 이웃이 사촌으로 불리던 시절은 다시 올 수 없다 해도 이웃이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끝내 잊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인스타그램이라는 SNS 활동을 하면서 좋은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다. 주로 책과 관련된 피드를 게재하거나 내 글을 직접 써서 올리다보니, 이른바 북스타그램을 하는 분들과 교류가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얻게 된 중요한 깨달음 하나가 있는데 누구에게도 편견을 갖지 말 것!’ 작가님과 인스타그램 인친이 되었다. 나의 SNS에는 어떤 해시태그가 많이 붙어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드리퍼에 커피를 내리듯 이 책은 요즘처럼 힘든 하루를 살아가는데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담겨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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