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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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나폴리를 배경으로 조반나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 소녀의 방황과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향한 뒤틀린 욕망을 거짓으로 점철된 어른들의 세계를 다른 매혹적이고 도발적인 성장소설이다.

 

나폴리에 사는 13세 소녀 조반나는 부모님의 대화를 엿듣다가 사춘기 문제가 아니야. 조반나가 빅토리아를 닮아가.”라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통해 고모와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빅토리아 고모라니? 연락이 끊긴 아버지의 누이 빅토리아는 추함과 사악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고모의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앨범 속 고모의 사진은 모조리 검은색 사인펜으로 덧칠해져 있었다. 나는 직접 고모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네 고모는 교만하고 배은망덕하고 잔인한 사람이야. 그러니 내 말을 새겨들으렴. 빅토리아는 나에 대한 너의 애정을 앗아가려 할거야. 나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너를 이용할 거야. 이미 내 부모님과 형제들과 친척들을 그렇게 이용했어. 빅토리아 때문에 친척 중에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애는 너까지 독차지하려고 할 거야 하지만 그것만은 나도 참을 수 없어.p55

 

고모는 애가 셋 달린 유부남 엔초와 사랑에 빠지고 아버지가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고 지금까지 원수가 되어 있었다. 빅토리아는 자기 때문에 가장이 죽고 가정이 파탄 난 책임으로 엔초의 아이들과 마르게리타를 위해서 부잣집을 돌아다니며 가정부로 일을 하였다. 마르게리타 집에는 토니노, 코라도, 줄리아나 삼남매가 있다. 고모는 겉으로 점잖은 모습만 믿지 말고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본질을 보라고 충고한다.

 

어느 날 조반나는 식탁 아래서 아버지와 친형제같이 지내는 마리아노와 어머니의 다리가 맞닿은 광경을 목격하고 어른들의 위선에 눈을 뜬다. 조반나가 태어났을 때 고모가 선물로 준 팔찌가 코스탄차 아줌마 손목에 차여 있었고, 조반나에게 돌려주며 미안하다고 하였다. 아버지는 마리아노, 어머니를 속이고 15년 동안 바람을 피운 것이다.

 

조반나는 빅토리아 고모를 자주 만나면서 고모의 거친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똑똑하고 영리한 것은 자기를 닮았다며 좋아한다. 어머니와 이혼하고 아버지는 코스탄차 아줌마네서 살았다. 그집 동갑인 안젤라와 이다를 가끔 만나러 갔다. 안젤라는 열살이나 많은 토니노와 교제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고모를 따라 성당에 갔을 때 로베르토 강연을 듣고 그에게 빠져버렸다. 토니노 동생 줄리아나 약혼자이기도 하여 그와 친구가 되기로 하였다. 고모는 엔초의 자녀들이 자신의 자녀인 것처럼 모든 것을 간섭하였다. 로베르토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줄리아나가 밀라노를 갈 때 동행을 하게 되었다. 줄리아나를 배신하고 그를 빼앗으려는 마음이 생기자 자신이 고모를 닮았다고 확신한다.

 

거짓말, 거짓말. 어른들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는다.p218

 

조반나는 아저씨와 어머니의 사이를 의심했지만 오히려 존경받는 지식인이라 믿은 아버지는 수년 동안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고 가정을 버린 파렴치한인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어머니를 차츰 이해한다. 소설 후반에서는 자신 역시 모순된 어른들과 다르지 않은 존재임을 드러낸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에는 팔찌가 대표적이다. 팔찌는 고모가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이자, 고모가 조반나에게 준 선물이다. 하지만 엔초가 자기 장모에게서 훔쳐서 정부인 빅토리아의 어머니에게 준 선물이자 아버지가 조반나에게 줄 것을 훔쳐서 애인인 코스탄차에게 준 선물이기도 하다. (“다음날 나는 이다와 함께 베니스로 향했다. 우리는 기차에서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어른이 되기로 약속했다.”p477)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인물 설정에서도 [어른들의 거짓된 삶]나폴리 4부작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데 차후에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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