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리랑 1
정찬주 지음 / 다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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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인생응원가 저자인 정찬주 작가 [광주 아리랑]을 읽어보았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세월이 흘러 소설과 영화로 알았다. 전남대생이던 사촌 오빠가 며칠 밤을 산길을 걸어 우리집으로 몸을 피신했었다는 부모님 이야기도 들었다.

 

저자는 실화를 소재로 삼더라도 소설이라는 사실을 기록하는 보고서가 아닌, 진실을 탐구하는 묵시록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래서 논픽션의 다큐와 픽션의 소설을 오가는 다큐소설이다.

 

지금까지 잘 조명되지 않은 광주시민들을 중심에 두고 있다. 등장인물은 주방장, 상인, 운전수, 페인트공, 용접공, 가구공, 선반공, 공장 여공, 예비군, 예비군 소대장, 대학교 교직원과 수위, 비운동권 학생, 영업사원, 재수생, 구두닦이, 농사꾼 등등이다. 이들 역시 805월에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엄연한 실존이자 최대 피해자로서, 한 사람 한 사람 광주 5.18 역사로서의 소설에 주인공이자 증인으로 기리고 싶었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광주시민이 계엄당국에서 줄곧 주장한 폭도가 아니었다는 관점이었다. 안식을 찾지 못한 채 고달픈 사람들이었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민초들이었을 뿐이다.

 

도피생활, 연극에 대한 열정, 산 자로서의 부끄러움을 느끼는 친구는 45세 나이로 요절했다. 친구에게 광주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감히 집필을 생각지도 못했다가 202040주년이 되는 해 경험하지 못한 어린 세대에게 더 늦기 전에 805월이 광주 역사를 전해주어야 할 책무를 느꼈다고 작가는 전한다.

 

[광주 아리랑]을 읽으면서 마음도 아팠지만 실명이 나올때는 검색도 같이 하였다. 1권은 514일부터 521일까지의 기록이며 독립운동을 하신 아버지를 둔 학생과장 서명원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양동시장 명태가게를 운영하는 병규 엄마 김양애씨는 아들이 내려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들불야학에서 중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는 나명관과 신은주는 해고 통보를 받고 대학생 집회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공수 특수전 교육을 받던 이경남 일병. 신학대 졸업을 앞두고 입대를 했는데 강원도 화천의 최전방이었다. 공수 및 특수전 교육을 받았다. 주민등록증 분실 신고하러 내려 온 김현채는 대학생들의 요구가 무엇이고, 시국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됐다. 나명관은 들불야학 동기이자 동갑인 김성섭과 유인물을 만든다.

 

주방장 염동유는 박래풍이 구두를 공짜로 닦아주는 보답으로 한잔하며 시국을 논한다. 래풍은 친구 김용호 집으로 갔다. 전남대 학생회장 박관현은 횃불 시위를 기획한다. 전남대 국문과 동기이자 연극반 회원인 이희규와 박정권, 박효선은 연극한다고 동참을 못했는데 오늘 집회가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서명원은 복학을 앞둔 농대 축산과 윤한봉과 녹두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국문과 출신 김상윤과 나눈 시국 이야기가 가슴을 답답하게 눌렀다. 신군부를 이끄는 전두환이 언제 어느 때 허수아비로 내세운 최규화 대통령을 밀어내고 얼굴을 내밀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베짱 좋은 학생이 나서서 항의하자 계엄군이 학생을 진압봉으로 실신할 만큼 두들겨 패고 나서는 후문 앞에 꿇어앉혔다. 동네 주민들이 보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입대를 앞둔 범진염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아버지 농사일을 거들며 입대했으나 귀가 조치 되어 다시 입영을 기다리고 있으므로 삭발한 모습이었다. 원예사로 농약을 사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공수부대원들이 승객들을 내리라며 휘두르는 진압봉을 두어 대 맞아 귀가 얼얼했다. 농약을 사서 집으로 갔지만 가족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 채 혼절해 일어나지 못했다.

 

전남대 안에서는 특전사가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군홧발로 채이고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안경이 깨지면서 피가 흘러 얼굴을 붉게 적셨다. 학생 진호림을 조카라고 속이고 구해준 수위도 있었다. 군용헬리콥터 한 대가 프로펠러 회오리바람으로 최루가스 분말과 먼지를 일으켜 눈을 뜨지 못하게 했다. 대학 연극반 출신들은 동료들이 시위할 때 연극만 했으므로 시위에 동참하기로 했다. 공수부대원들이 지나가는 행인을 아무나 붙들고 진압봉을 휘둘렀다. 부상당한 학생을 업고 병원으로 가는 위성삼, 예비군 소대장 문장우는 넥타이를 풀고 시위대에 가담했다.

 

3학년 박금희는 공수부대원이 칼로 미자 언니 가슴을 찔렀다는 것을 친구에게 전해 듣는다. 승려 진각은 부상당한 청년을 업고 개인병원으로 착각하고 동구청 안으로 들어갔다. 전옥주와 차명숙은 가두 방송을 하였다. 페인트공 오인수는 트럭으로 버스를 못 타는 사람들을 태웠다. 박병규도 트럭을 탔다.

 

차량 시위에 대형 버스 네 대와 화물차 여덟 대, 택시 200대가 가담하고 있었다. 전경들과 공수부대원들은 당황했다. 노동청 쪽에서도 시위 차량이 도청 공수부대를 향해 강하게 압박했다. 이틀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잔 위성삼은 카빈소총을 껴안은 채 눈을 감았다. 조원들에게는 잠을 자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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