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 - 그냥 게임이나 하고 싶었던 한 유저의 분투기
딜루트 지음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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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라 하면 인터넷에서 하는 맞고를 재미 삼아 해보았다. 게임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맞고도 은근 중독이 되었다. 이 책은 여성 혐오가 공기처럼 스며든 온라인 게임판에서 기어이 좋아하는 게임을 찾아나간 한 여성 유저 이야기다.

 

게임을 남자만 한다 아니다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 주인공 여성 게이머는 유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게임을 해왔던 기억에는 차별이 있었다. 어디 가서 게임한다고 말하면 오빠가 알려줬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았다. 왜 여자는 남자 형제 때문에 게임을 시작한다고 생각할까? 오락실에서 맞은편 자리만 쫓아다니며 싸움을 걸었던 남성 게이머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날도 있었다.

 

여성 프로 게이머는 현역에서 활동하는 동안 온갖 괴롭힘의 대상이 되다가 은퇴하고 나서야 그 여성 게이머는 게임을 잘했다라며 뒤늦게 평가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중고거래를 할때는 이런 게임 여자 분이 잘 안 하시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남자 친구 사주시려고요? 같은 소리를 듣는다. 거래가 끝나고 온 날 밤에, “친하게 지내자는 식의 문자를 받고 지속적으로 연락이 왔던 일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레이드에 결원이 생겨 충원이 필요할 때, 부족한 직업군 중 보조 힐(회복)이나 보조 탱킹(방어)포지션이 부족한 경우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여성 유저들이다. 음성 채팅을 할 때는 여자라는 이유로 갑자기 욕설을 듣거나 성희롱을 당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벤트 선물로 명품 가방을 주면 여성 유저들이 게임을 할까요?” 어느 게임 회사의 아이디어는 기가 막히지 않은가? 여자 치곤 잘하네 애인도 군대 갔는데 이 게임 계속해? ??” “아 여자가 뭔 게임을 해 밥이나 해여기에는 공통적으로 하나의 생각이 깔려 있다. 여자 게이머는 진짜 게이머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게임을 접지 않았다.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하겠는가?

 

게임 커뮤니티 중에는 유독 익명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가 많다. ‘친목질을 지양하고 가식을 거부한다. 사람들끼리 부대껴야 하는 게임에서 교류를 지양한다는 말이 모순 처럼 들릴 수도 있다. 혜지, 보르시, 여왕벌 멸칭은 여성 혐오 단어들로 여성 서포터들에 대한 남성 유저들의 편견 속에서 만들어졌다. 이제는 눈앞의 여성 게이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괴롭히기 위해 쓰이며, 이는 일종의 놀이문화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일들은 게임판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김여사, 된장녀 같은 용어와 시작은 같다.

 

게임에는 노출도와 방어력은 비례한다는 농담이 있다. 각종 장비를 껴입는 남성 캐릭터들과 달리 여성 캐릭터들의 노출은 점점 증가하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가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문제가 많은 게임이었다. 전쟁 속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몇몇 게임들은 기존의 전쟁 서사와 다른 이야기를 제공하는가 하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은 여성 캐릭터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러 변화의 흐름을 소개하며, 게임의 문화는 결국 사회의 문화를 대변하고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보는지를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지만, 연령대와 외형이 천차만별인 남성 캐릭터들과 달리 여성 캐릭터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도장으로 찍어낸 듯한 미인들뿐이며, 그게 시장에서 통한다고 한다. 아시아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많은 게임 광고가 여성 캐릭터들의 옷을 벗기는 것을 주된 판매 전략으로 삼고 있다. 게이머들을 위한다는 개발사는 그동안 남성 중심적이며 경쟁적인 게임을 만들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많은 유저들은 그런 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들을 아동용’‘가족용’‘여성용이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게임과 구분해왔다.

 

저자는 게임 산업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많은 여성 개발자들과 여성 게이머들이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존재 할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순간 누구나 게이머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여성 게이머는 나 혼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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