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리커버 및 새 번역판) - 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는 44통의 편지 지그문트 바우만 셀렉션 시리즈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오윤성 옮김 / 동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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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하는 현대 세계> 라는 독창적 개념을 창안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 책은 불안한 우리 시대에 보내는 지혜의 편지 44편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 여성 주간지 라 레푸블리카 델레 돈네(La Repubblica delle Donne)2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엮은 이 책에서 바우만은 대중적인 언어로, 현대인들이 겪어야 할 불안과 공포를 이기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바우만은 모든 것이 유동하며 불확실한 이 시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편지 마흔네 편에 등장하는 주제들은 삶의 근본 철학에서부터 공포증, 해고되는 노동자들, 부모와 자식 간 세대 차이, 신용카드의 덫, 돼지독감, 건강과 불평등, 오프라인과 온라인, 트위터로 대표되는 SNS, 인터넷 시대의 섹스, 10대들의 소비문화, 쇼핑 중독과 유행, 개인의 내밀한 프라이버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에 이르기까지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전 영역을 아우른다. 바우만은 특히 우리 시대 교육에 관해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 <고등교육 신문> 웹 사이트에 한 10대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문자메시지를 한 달에 3000건씩 쓴다는데, 그 얘기는 하루 평균 100건의 문자를 보낸다는 것은 깨어있는 동안 10분에 한 번꼴로 메시지를 보낸다는 뜻이었다. 10분 이상 혼자 있는 법이 거의 없다. 그는 곁에 다른 사람 없이 자신만을 벗하여 살아가는 방법을 잊었을 것이다.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친다. 고독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버렸고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교육을 푸대접하는 세상] 편지 세 통에서는 최근 교육의 위기를 지적한다. 모든 것이 배움과 교육의 역사가 줄곧 지탱해온 모든 것의 특질에 어긋난다. 우리가 교육 전략을 아무리 창의적이고 정교하고 철저하게 개혁한들 그것만으로는 모든 사태를 거의 조금도 바꿀 수 없다는 데 있다. 인간이 가시고기와 같은 곤경을 겪게 된 것도 돈후안식의 인생 전략이 갑자기 매력을 발휘하는 것도, 교육자를 탓하면서 전부 그들의 과실이나 태만 때문이라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요즘 평생교육이라는 개념에 쏟아지는 열광은 일단 직업에 필요한 정보를 첨단으로 업데이트해야 할 필요에서 비롯된다. 바우만은 산더미처럼 축적된 정보들이 교육 환경을 무질서와 혼돈으로 내몰았다면서 우리는 정보로 과포화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아직 배우지 못했다라고 걱정한다.

 

[초인은 왜 어디에서 오는가?]에서 정치를 닮은 종교와 종교를 닮은 정치 두 세력 모두의 미래는 인간 불확실성의 미래와 뒤얽혀 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남자들]은 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삶이 정리 해고당하고, 그로 인해 소비가 세계적으로 더더욱 감소하고, 그로 인해 실직자 수가 더욱 빠르게 늘어나며 어떤 결과를 낳고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이방인은 정말 위험한가?]에서는 낯선 사람과 공존할 더 좋은 방식을 찾는 노력을 아예 그만두는 혼종 혐오증을 이야기한다. [운명과 인격]에서 소크라테스가 모든 역경에 맞서서 스스로 선택하고 고통스럽게 구성하고 공들여 구축한 삶이 모델이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에게는 완벽하게 어울렸을지 몰라도 소크라테스를 닮기로 결정한 모든 사람에게 다 어울리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 편지 [알베르 카뮈,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가 존재한다’]에서 만약 카뮈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보았더라면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카뮈의 유산을 언급하며 실마리를 풀려고 한다. 바우만에게 <시시포스의 신화>, <반항하는 인간> 두 책은 어린 시절 이 세계에서 기이함과 부조리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주었다. 때로는 잔혹하고 때로는 불안한 유동하는 현대 세계를 뛰어넘으려면 시시포스의 삶이 아닌 프로메테우스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클릭 한 번이면 친구들이 나타나는데 누가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겠는가?”(p21)우리는 외로울 겨를이 없다. 이말이 인상에 남는다. 이번주가 추석인데 가족이 모여도 식사 할 때 빼고는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풍경이 그려진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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