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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평점 :
[눈먼 암살자]는 팔십 대 노파 아이리스의 회고록이면서 세계 대전, 대공황, 스페인 내전 등 집안의 흥망성쇠, 남성의 권위에 휘둘리고 희생되는 아이리스의 삶이 그려진다. 로라의 이름으로 사후 출간된 소설은 아이리스와 알렉스 이야기면서 공상 과학 소설이다. 삼중 액자구조의 소설로 1권은 스토리의 갈피를 잡기 힘들었는데 2권은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진실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쓰는 것을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p11
소설 속 [눈먼 암살자]는 로라는 단 한 자도 쓰지 않았다. 그걸 쓴 것은 아이리스였다. 알렉스와 연인이었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그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끼적거리는 것이었다. 기억 한 것들, 내가 상상한 것들 역시 사실에 포함한다. 아이리스가 로라가 죽은 후에 저자로 내세운 것은 에이미를 잃게 될까 염려 한 것인데 결국 잃어버렸다. 아이리스의 글쓰기는 죽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자신의 임박한 죽음 앞에서 이제까지 은폐되고 외면당했던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펼쳐 내고, 그들을, 그리고 자신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녀 자신을 위한 기념비를 남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눈먼 암살자] 새 판이 소포로 왔다. 이것으로 아이리스 손에 들어오는 돈은 없다. 책은 공공 소유로 넘어갔고, 누구든지 출판할 수 있다. 저자가 죽은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렇게 된다. 아이리스는 사이크스 변호사에게 유언장을 남기려고 한다. 변호사 업무를 끝내고 월터와 불구덩이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 식당을 알고 있었다. 십여 년 전, 사브리나가 처음 가출 한 뒤 그녀를 미행하면서 불구덩이까지 따라갔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 배와 바다에서 전보를 받은 것은 리처드였다. 리니아줌마는 아버지가 눈을 뜨고 계셨고 빈 병으로 미루어 보건대 술 때문에 돌아가신거라고 하였다. 아버지 돈이 위탁에 들어가서 로라만이 스물 한 살이 된 후에 손을 댈 수 있었다. 로라는 열다섯 살 밖에 안되서 아빌리온에 혼자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로라가 토론토에 온다고 하고 가방만 도착하고 실종되었다. 아마도 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직업을 가져야된다고 생각했던가 보다.
리니의 딸 마이라가 론 힝크스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 왔다. 그들이 신혼여행을 떠난 후 리니는 아빌리온에 유일하게 남은 고용인이었기 때문이다.
에이미가 여덟 살일 때 로라가 다리에서 추락했고, 열 살 때 리처드가 죽었다. 사건들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위니프리드가 에이미를 삐앗아 갔고 노력을 해도 되찾을 수 없었다. 에이미가 성년이 되고 리처드가 남겨 놓은 돈을 손에 넣게 되었을 때 탈선의 길로 빠져 온갖 화학적 약물 형태의 위안을 구하고 함부로 몸을 굴리게 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브리나의 생부는 누구인가 에이미는 절대로 말해 주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되기 몇 달 전 리처드와 아이리스 결혼은 이미 삐걱거리고 있었다. 리처드는 정부가 한 두 사람이 아니었고, 그의 비서들이었다. 젊고 예쁘고 단정한 여자들. 학교에서 갓 졸업하자마자 고용되었다. 그 시대에 이혼한 남자들은 자기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없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리처드는 힘든 상황이 되었고 돈도 잃었다.
로라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아이리스 앞에 나타났다. 자신이 신처럼 여기는 알렉스를 구하기 위해 형부에게 유린 당하고 그가 전쟁에서 전사 했다는 말을 듣고 언니의 차를 몰아 추락하는 죽음을 선택했다. 아이리스는 로라의 장례식을 치르고 리처드 앞으로 편지 한통을 남기고 에이미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아이리스는 혼자일 때 소설 속이나 현실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행복해한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사진뿐이기 때문이다. 로라는 내 왼손이었고, 나는 그녀의 왼손이었다. 우리는 그 책을 함께 썼다. 그것은 왼손잡이 책이라고 하였다. 사브리나를 위해 쓴 글에 대해 <너 역시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존재란다. 충격적이지만 위안이 되기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위니프리드와 리처드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리픈 가의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다. 진짜 할아버지는 알렉스 토머스고, 네 아버지는 네 마음대로 고르라 하였다> 손녀 사브리나와의 해후를 상상하며, 과분한 용서도 아니고 그저 내게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길 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