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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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의 작가 손원평 신작 [프리즘]은 네 남녀의 사랑에 대해 다양한 빛깔로 비추어가는 이야기다. 중소 규모 완구회사에 다니는 예진은 1층 비어 있는 건물 앞에 서 있길 좋아한다. 이 거리에는 사람이 많다며 커피를 홀짝이며 생각한다. 예진이 초등학교 때까지 키우던 송아지 세미를 판 돈으로 아버지는 선물상자를 안겨주었다. 상자가 세미의 유품이라도 되는 것마냥 물건들을 보물처럼 아끼게 됐다. 가장 좋아했던 건 피라미드 모양의 삼각 프리즘이었다. 햇살을 비추면 빛의 각도에 따른 선명도의 변화는 알록달록한 색의 물결은 경이롭기만 했다. 어느 날 대청소를 하려다 프리즘 모서리가 발등 위로 떨어지고 나서 두 번 다시 가지고 놀지 않았다.

 

도원은 영화의 음향을 손보는 사운드 후반 작업 업체에서 일한다. 한 건물의 텅 빈 1층 공간 앞에서 커피를 마시다 예진과 짧은 만남은 여름 바람처럼 상쾌했다. 짤막한 대화를 나누고 두어 번은 거리를 같이 산책하는 딱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이다. 도원은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되게 좋으신 분 같아요예진도 비슷하게 얘기한다.

 

이스트 플라워 베이커리는 주인 재인과 아르바이트생 호계의 일터다. 호계는 빵을 많이 좋아하진 않지만 이 공간을 채운 냄새는 언제나 유혹적이다. 재인은 일본 유학을 하며 제과 제빵을 배웠다. 현조와 성급하게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도 없이 살다 헤어지고 가끔 즐기는 파트너 일뿐이다.

 

예진은 불면증에 시달리다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의 모임의 오픈 채팅방을 알게 되었다. 오프모임에서 바뀐 방장이 정원을 늘리면서 빠르게 변질돼어 자연스럽게 오프에 나가지 않게 돼어 알림음도 종종 꺼두곤 했다. 짝사랑 하던 도원의 오픈 채팅에 대한 언급이 예진의 심기를 건드려 그날 밤 정모에 나갔다 두 살 어린 호계와 친구가 된다.

 

도원은 예진에게 티켓이 생겼다며 공연을 보러 가자고 하였고 단둘이 아닌, 친구를 초대해도 좋다는 모호한 말도 함께 남긴다. 우연히 네 사람은 만나게 되는데, 재인과 도원은 오래 전 밴드에서 만난 사이였다. 그들의 음악은 탈출구이자 해방구였고 공감대를 나누며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단 둘이 합주실에서 남게 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스만 하였다. 둘 사이가 연애로 이어지지 않았던 건 재인은 너무 겁이 많았고 도원은 너무 예의를 차려서였다.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부모님 대신 자신을 키워주던 할머니와 헤어지고 어렵게 찾아 병원비를 내주는 호계에게 갚아야 할 돈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 아들을 보고 싶어 한다는 어머니의 문자를 받고 뇌졸중으로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찾아갔다. 호계는 예진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예진은 도원에 대한 짝사랑을 끝내고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말한다.

 

도원과의 감정에 불발을 겪고 난 예진은 자신에게 질려버렸고 집중되는 마음을 버리기 위해 종이접기 동호회에서 만난 은행원 한철과 만난다. 연말 연초 한두 차례 만나고 바로 연애를 시작했다. 직장동료들은 한철사귀다 마는 거 아니냐며 농을 던졌다. 도원과 재인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났고 호계는 베이커리에 나가지 않는다. 재인의 세계에는 엄마도 현조 씨도 도원 씨도 호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때 소중하고 가까웠던 것들은 다 사라졌다.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p261

 

[프리즘]은 여름에서 여름까지 1년간의 계절 변화를 따라가는 연애소설이다. 우리는 만남과 이별에서 아름다워도 상처받아도, 아파서 후회해도 사랑이란 건 멈춰지지가 않는다. 변화를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랑은 영원히 계속된다. 사랑을 멈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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