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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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프린츠상 수상작인 [우린 괜찮아]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다. 마린은 뉴욕의 학교 기숙사에 혼자 남았다. 내일이면 메이블이 도착하여 사흘을 머물다 가면 당분간은 혼자다. 룸메이트 한나가 괜찮겠냐 묻는다. 메이블과 마린은 동성이지만 사랑하는 사이다. 마린이 세 살때 엄마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샌프란시스코에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수요일은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요일이었다. 과자를 만들어 줄 사람이 둘이었으니까. 할아버지 친구들 중 첫 번째 존스 할아버지가 도착하고 카드 한 벌을 들고 지팡이를 짚고 인사를 한다. 할아버지는 엄마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메이블이 여기에 온건 목적이 있어 왔다. “나하고 같이 가자한다. 크리스마스 보내러? 묻자 그 이후에도 계속 머물도록 메이블 엄마가 방을 꾸며 놓았단다. 할아버지 장례식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메이블의 목소리에 날이 선다. 할아버지 실종 이후 마린은 조세핀 선생님 전화도 존스 할아버지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기숙사가 개방 되기 전 모텔에서 2주를 보냈었다. 한달 전 마린은 메이블의 900번째 문자와 전화를 무시했다. 새로운 사람이 생겼으면 그렇다고 말해도 돼 난 알아야겠다고 말을 하였다. 메이블은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남자친구도 생겼다.

 

마린은 <제인 에어> <백년 동안의 고독>을 즐겨 읽었다. 할아버지는 편지를 쓴다. 버디는 누구일까. 어느 날 버디가 드레스를 보내왔다고 마린에게 보여준다. 젊을 때 입던 옷이라 지금은 살이 찌고 늙어서 안 어울린다는 것이다. 마린은 엄마의 유품을 본 적이 없다. 졸업에 쓸 어릴 때 사진을 구한다고 하니 할아버지는 창고에 뒤져본다고만 하셨다. 6월 어느 날 밤에 마린과 메이블은 할아버지 위스키를 몰래 들고 나와 백사장을 걷다가 조금씩 나눠 마신다. 메이블이 자신의 입술을 마린의 입술에 댔다. 내일 후회하게 되면 위스키 탓인 거다. 마린은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았다. 마린은 이미 메이블을 사랑하고 있었다.

 

마린은 손녀가 있는데 할아버지가 외롭지 않았을거라 생각이 드는데 연애편지를 썼다는 게 이해하지 못한다. 하루는 할아버지의 피 묻은 손수건을 발견한다. 할아버지는 사회보장번호와 출생증명서가 들어 있는 봉투와 개설한 은행 계좌, 카드 암호를 적어두라고 하였다. 큰돈이 필요할거라 하셨다. 최근에는 기침할 때마다 피가 섞여 나왔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여름이었다. 해변에서 둘만의 조그만 바다 한 조각을 찾았다. 메이블이 대학을 가기 위해 2주 먼저 떠났다. 방학이 있고 여름엔 몇 달이나 집에 있으니 위로를 하였지만 아직은 슬픔마저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8월 중순, 메이블이 며칠 전에 떠나고 어느 날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찾으려 창고로 가니 엄마의 유품들이 있었다. 엄마의 사진들, 편지들이 모여 있었다. 사진 뒷면에는 오션 비치의 버디라고 할아버지 필체로 적혀 있었다. 할아버지는 엄마의 유령과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오션 비치에서 노인이 바다로 들어가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다고 경찰은 말했다. 할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볼 수 없지만 할아버지가 없는 집에 어떻게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상실감이 엄습해왔다. 한집에 살면서 서로의 방문을 열어보지 않고 살았던 방식이 믿어지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고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휴대폰, 지갑, 엄마의 사진 한 장을 들고서 뉴욕으로 온 것이다.

 

[우린 괜찮아]는 사랑과 우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소녀들의 모습은 우리의 첫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성을 사랑하는데 대한 혐오도 감정 소모도 없다. 투명하고, 어설픈 사랑을 주고받는 연인이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순간에도 우리 곁에는 묵묵히 머무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있다면 우린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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