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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유물과 유적으로 매 순간 다시 쓰는 다이나믹 한국 고대사 ㅣ 서가명강 시리즈 12
권오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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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은 기존의 역사책과 달리, 유물과 유적, 무덤과 인골, 수도유적, 교류의 길의 네 가지 프레임으로 한국 고대사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흥미롭게 역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후 당나라로 끌려간 수많은 유민 중에 낙양이나 서안에 묻힌 사람들의 무덤이 가끔 발견되거나 도굴되곤 하는데 주인공이 왕족이나 귀족이었음을 알려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에서 간독자료라 부르는 목간이다. 목간은 나무에 글씨를 새긴 자료로, 대나무에 붓글씨를 쓴 죽간과 나무를 깎아 글씨를 쓴 목독을 통칭한다. 땅에 누워 입을 벌리고 사과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처럼 금석문과 목간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어 발굴되는 실물 자료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조금 힘들더라도 쏟아지는 고고학적 물질 자료에 눈을 돌려 보석을 캐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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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년은 고령의 대가야가 멸망한 해인데,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일제 관학자들은 대가야의 멸망을 임나일본부의 최후라고 왜곡했다. 다행히도 땅속에서 더 이상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할 만한 보물들이 발견됐다. 김해 대성동 구릉에는 3~5세기에 만든 무덤이 빼곡하게 자리해 있다. 대성동 고분이 자리한 김해는 육상과 바다가 교차하는 지역이기에 다양한 지역에서 만든 물품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중국 동북의 요령성 지방에서 활동하던 선비족의 물건, 중원지역에서 발견된 물건 외 로만글라스 그릇도 발견됐다.p53
오늘날 인골은 우리 역사를 해명하는 일 등급 자료로서 고고학 연구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학생들은 입대 시 유해발굴단에 지원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을 받으며 복무 기간을 기회 삼아 인골 전문가로 양성된다. 진한의 땅이었던 경상북도 경산에서 편두 인골을 발견하며 이 풍습이 경상도 일대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인들의 얼굴을 곰곰이 떠올려보면 한반도 주민들이 대거 건너간 후쿠오카나 오사카에는 우리와 비슷한 북방계, 야요이 계통이 많고 규슈 남부나 관동, 동북지방에는 조몬계 인물들이 많다.
기원전 7~6세기 무렵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강상묘에서는 130명에 이르는 노예가 순장된 것이 발견됐는데, 많은 노예를 순장할 정도의 재력가가 존재한 점은 사회가 이미 고도로 발달한 고대 국가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죽음에서 매장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하면 당시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죽은 자는 어디로 간다고 생각했는지, 죽은 자가 무덤 안에서 어떤 상태로 있길 바랐는지 밝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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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유적의 발굴조사는 1~2년 내에 끝나지 않는다. 최소 10년 이상, 길게는 40년 가까이 조사를 이어간다. 공주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모두 후속 조사를 이어가며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고 있다.
저자는 다문화 가정 자녀가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역사 교육을 받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며 단일민족’이라는 주장을 접하며 ‘나는 누구지?’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를 주도할 후손들에게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시각을 전해줘야 한다. ‘코리안’이란 정체성은 태어난 장소와 얼굴 형태, 핏줄을 통해 정해지지 않을 것이고 코리안의 인종적 스펙트럼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 가락국 수로왕의 배필이 되어 허황후가 되었다. 결혼 이주민 여성들을 위해 “가야의 왕비도 바다 넘어 저 먼 곳에서 오신 분이다”라고 이야기해준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 하였다.
흉노족의 무덤을 조사하다 보면 고조선과 비교할 만한 것들이 자주 발견된다. 또 흉노의 후예인 오환과 선비의 유물 중에 흥미를 끄는 것들도 많다. 선비족의 물질문화는 부여나 고구려 문화와도 유사한 점이 많아 상호관련성을 연구할 수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을 몇 군데 꼽으라면 주저 없이 사막길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와 이란의 이스파한을 꼽는다. 사마르칸트에 있는 비비하눔 모스크의 눈 내리는 풍경은 잊을 수가 없다.
유물과 유적, 무덤과 인골은 수천 년의 시간을 초월한 고대인과의 만남이다. 저자는 역사를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로 역사가 고정된 것이 아닌 급변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제대로 된’ 역사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책은 진실한 역사를 찾는 한 권의 지침서다.
이 도서는 21세기북스의 협찬을 받아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