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합시다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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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보통의 복수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 굴욕을 준 직장상사나 상처를 준 친구나 애인에 대한 복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중소 규모의 포털 사이트의 사연 게시판을 관리하는 는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매일 가상의 사연을 창작해 올린다. 남편의 불륜이나 치정극 사연만으로는 안되고 언제나 복수가 뒤따르는 것처럼 복수 하는 후기를 올려야 된다. 헤어졌다든지, 새 출발을 응원한다든지, 나의 창작 사연은 수많은 조회수를 올리며 오늘의 톡에 오른다. 가상의 고통을 만들고 가상의 복수를 하는 것, 그게 나의 일이다.

 

우리팀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매일 주작질한 사연을 올려야만 했다. 나는 이혼을 앞둔 여성 전문, 내 옆자리의 해용 씨는 여성들에게 비난받는 남성 사연 전문, 상희 대리는 시댁에 시달리는 며느리 사연 전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나의 왕따를 주도했던 왕따를 당하게 된 원인을 모두 제공한 그녀석()이 나타났다. 동네 가구점에서 산 침대를 들고 놈이 내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너무도 평범하고 평온한 목소리와 꼼꼼하게 침대를 조립하는 성실한 사회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3년이란 시간 동안 인간 이하의 모멸을 받았던 시절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십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 놈이 증오스러웠다. 고등학교 시절 당했던 일을 간추려 우리 회사와 경쟁 관계인 사이트에 게시글을 올렸다. 몇백 개의 댓글은 악플도 있지만 살아줘서 고맙다는 댓글에는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나는 진상 손님이 되기로 했다. 놈에게 합법적인 복수 방법이었다. 침대에 돋보기부터 들이대서 흠이 있는 곳을 발견해 바꿔주지 않으면 본사에 알리겠다는 으름장을 놓아 겁을 준다. 3번의 교환 후 미세한 흠집으로 또 다시 전화를 했을 때 뜻밖에 금방 찾아오겠다고 하였다.

 

지난번에 놈이 내게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느냐 물었던 게 떠올랐다. 현관문과 함께 병진아, 이 새끼야. 적당히 좀 하자!” 그러면서 주말마다 가구를 옮겨 달라하고, 가구를 주문을 하기를 강요하고 그게 안 통할때는 고등학교 때 찍은 누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다고 협박을 하였다.

 

사장에게서 출장 명령을 받기 전까지 일주일간 하루 종일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길을 걸을 때면 누군가 미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혀 수시로 뒤를 돌아보기 일쑤였고, 집에 들어가면 문이라는 문은 모조리 잠갔다. 살인청부업자가 배달원이나 택배기사로 변장해서 나를 죽이기라도 할까 봐 집에 그 무엇도 들여놓지 않았다.p186

 

내가 올린 게시판 글을 읽고 혹시 복수하고 싶으신가요? 전화 주시면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쪽지가 있었다. 놈에게 여러번 당하고 나서 복수 모임이 생각났다. 전화를 받은 이는 여자였다. 닉네임이 앙칼인 그녀는 모임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었다. 일주일에 한번 단톡방에 모여 매주 회원분 한 명씩 복수 계획을 세운다.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이라고 하며, 회원이 누군지, 사연이 진실인지 아닌지 여기서 상의한 복수 계획을 실행할지 말지는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었다. 복수를 성공하고 인증을 남기면 천 만원을 준다고 하였다. 앙칼을 포함한 회원들은 가장 합법적인 방법으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작가는 판춘문예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고 게시판 사연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울분을 터뜨리며 며칠 밤을 샜다. 힐링과 복수는 격렬한 마음 씀이고, 복수에 성공해도 누군가를 상처 입혔다는 생각에 찜찜한 기분이 들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 소설의 중반까지 통쾌한 복수는 재미가 있었는데 후반부 결말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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