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박건웅 지음, 님 웨일즈 외 원작 / 동녘 / 2020년 8월
평점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아리랑]은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 청년의 고뇌와 투쟁을 통해 조선인 혁명가로 거듭난 김산의 삶이 님 웨일즈에 의해 기록된 이 책은 그 시대를 살다간 지식인의 생생한 전기이자 동아시아 역사의 기록이고 증언이다. 동녘출판사에서 30여 년전 번역 출간된 [아리랑]을 역사 만화가 박건웅의 손을 거쳐 그래픽 노블로 탄생하였다.
두껍고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이 책이 조금 더 편하게 읽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는데 [아리랑] 만화판의 출간으로 그 염원이 이루어진 것 같아 참으로 다행스럽다. 김산(장지락) 선생은 님 웨일즈와 인터뷰를 하고 1년 후에 엉뚱하게 중국공산당에 의해 ‘일제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되었다. 그러나 1983년 중국공산당은 뒤늦게 김산의 억울한 죽음을 인정하고 명예와 당원 자격을 회복시키는 복권을 결의했다. 중국 정부는 김산의 진정한 명예 회복을 위해 열사 칭호와 함께 서훈을 해야 한다. 이 책의 출간이 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추천의 말] 중에서
민족의 암흑기에 이국에서 조선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 짧은 생애를 마친 김산은 ‘한국의 체 게바라’로 불리기도 한다. 님 웨일즈는 글쓰기와 취재 활동을 하는 중에 김산을 만났는데 7년 동안 동방에 있으면서 만났던 가장 매력적인 사람 중 하나라고 말한다. 님 웨일즈가 김산을 주인공으로 삼아 쓴 [아리랑]에는 의열단과 조선의용대의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김원봉과 의열단 조선의용대 등의 중국 관내에서의 활동상은 [아리랑]에서 많이 보충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일본, 만주, 상하이, 베이징, 광둥, 홍콩, 옌안…… 등 중국 대륙을 누비며 조선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김산의 이야기는 질풍노도의 1980년대를 살아간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9월 3일 일본 정부는 도쿄 경시총감 명의로 조선인 무정부주의자와 민족주의자들이 일본인 무정부주의자들과 힘을 합쳐 집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죽이며 돈과 재산을 훔치고 있다는 내용의 포고문을 냈다. 이 포고문은 거짓말이었지만 모든 공공장소에 게시되었다. 일본은 테리리즘에 광기에 빠져들어갔고 조선인 대량 학살을 자행했다. 너 일본말 해봐! 모르지? 학생 1000명을 포함해 일본에 거주하던 조선인 6000명이 살해되었고 중국인도 600명 이상 피살되었다.자경단들은 비밀리에 20~100명씩을 동원해 단검, 죽창, 일본도, 망치, 낫 등을 사용해 지체없이 학살을 시작했다. 많은 조선인들이 죽창으로 고문을 당하면서 서서히 죽어갔다. 영화 [박열]에 한 장면이 생각났다. 일본이 조선인에게 저지른 만행을 그래픽노블로 보니 분통이 터진다.
조선에는 민요가 하나 있어요. 그것은 고통받는 민중들의 뜨거운 가슴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운 옛 노래지요.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에는 슬픔이 담겨 있듯이 이것도 슬픈 노래예요. 조선이 그렇게 오랫동안 비극적이었듯이 이 노래는 300년 동안이나 모든 조선 사람들에게 애창되어왔습니다.p255
오늘 같은 날에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오직 하나밖에 없습니다. 조선에서 아주 오랜 옛날부터 내려오는 죽음과 패배의 노래입니다. 아리랑이지요. 아...리...랑? 아리랑~p435
님 웨일즈는 김산과 몇 개월 동안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작별인사를 하였다. 조선이 해방이 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하였지만 그게 마지막이 되었다. 님 웨일즈가 조선에 처음 갔던 곳이 금강산인데 그 산 이름을 따서 ‘김산’이라는 이름으로 출간을 하였다. 원작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은 감동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다.
박건웅은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에도 틈틈이 읽었던 [아리랑]은 언젠가 작업해보고 싶은 목록 중 하나였다. 중국 답사를 다녀오고 기획단의 배려로 [아리랑]의 주 무대인 광둥 지역에 찾아가 김산의 흔적이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머릿속 배경이 오감으로 완성되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