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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 - 탈모 심리 픽션 에세이
부운주 지음 / 동녘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원형탈모증으로 시작해 전신탈모증으로 병변이 확장되어 지금도 투병 중인 한 정신과 의사가 쓴 심리 픽션 에세이다. 탈모하면 여자보다 남자들에게서 많이 볼 수가 있다. 저자가 여성인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이었다. 중학교때 시작된 탈모,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이 안간다. 자신의 투병 이야기를 픽션으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웃음 지으면서도 눈물이 나는 에세이다.
수많은 남자들이 남성형탈모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원형탈모증을 흔히 스트레스성 탈모라고 알고 있죠?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장 유력한 건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설이다. 전두탈모증으로 악화된 사진을 보여준다. 저자는 강의를 듣고 집에 와서 가발을 벗었다. 7년 전 그날을 또 한 번 뒤적거렸다.
중학교 3학년 2학기의 어느 날 샴푸를 하는데 두피의 촉감이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꼈다. 5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의 머리카락이 빠진 자리가 생겼다.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인가 생각했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빠지기 시작했다. 3주가 되던 날 부모님과 피부과에 가기로 했다. 원형탈모증인데 일단 스테로이드 주사를 2주 간격으로 맞는다고 하였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데 몇 달이 걸린다고 하였다.
인정머리 없는 원형탈모증은 영토를 넓혀갔다. 대학병원 피부과를 가게 되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방학을 맞이하여 엄마는 자꾸 머리카락이 빠지니 삭발을 하자고 하셨다. 우리몸에 있는 모든 털이 한올도 남김없이 다 빠져버리면 어떨까?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가던 어느 날 한 여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열여덟 살 유청명이라고 소개한다. 여섯 살 때 처음으로 원형탈모증이 생겨 치료를 하면 어느 정도 자라다 다시 재발이 되었다고 한다. 동갑인 여자애가 내뱉은 전신탈모증이라는 말에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고였다. “정말 힘들었겠다. 괜찮니?” 지현은 4개월 전 자신에게 생긴 이야기를 자세히 해준다. 가발을 권하는 청명의 말에 가발을 맞추게 되었다.
가발은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데 6개월이 되면 교체를 해주어야 한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1박2일 수련회를 가는데 잘 때는 가발을 벗고 자야 하는데 고민을 하다 청명이 일러주는데로 하였다. 청명이 준 헌 가발은 잘 때 쓰고 낮에 활동할 때는 새 가발을 쓴다. 밤에 자기 직전 교체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 가발로 바꾸면 되는데 청명은 3박 4일 수학여행 동안 가방이 바뀌는 바람에 가발이 발견되어 심장이 두 동강 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지현은 들키지는 않았지만 탈모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민머리가 신경 쓰였다.
대학병원 의사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다시 복용해보자고 했지만 2년 반이 넘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의대를 다니면서 한방치료를 하게 되었다. 1년 반 동안 치료의 핵심은 머리카락과 눈썹이었는데 여전히 침묵했다. 양파의 함유된 쿼세틴이 모낭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어 양파를 갈아서 그 즙을 머리에 바르니 냄새는 고약했지만 머리는 따갑지 않았다. 거무스름한 점 하나 찍히지 않을까 들여다 본 머리 색은 그대로였다.
전신탈모증 6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열일곱 살에서 스물세 살이 되었지만 머리카락 개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외출하기 전에 아이브로우 펜슬로 눈썹을 그리고 가발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저자는 탈모가 힘겨웠던 대학 시절 시중의 탈모 관련 서적을 읽었지만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대신 토니 모리슨이 남긴“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라는 말에 무작정 펜을 들고 도서관을 향했다. 개인적 경험을 다양한 각도에서 쓰게 되었다는 이 책은 탈모에 대한 여러 가지를 알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