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버지니아 울프 전집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지니아울프 세 번째로 읽게 된 [올랜도]는 작가로서 전하려고 고샘했던 리얼리티의 진수를 탐색한 작품이다. 귀족이자 시인인 올랜도는 열여섯 살의 미소년으로 16세기가 끝나갈 무렵에 글을 쓸 수 없었다. 그는 약간 굼뜬 편이었는데 종종 고독을 사랑하는 성향과 짝을 이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고독한 장소나 광활한 전망들을 좋아했고, 자기가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혼자라고 느끼기를 좋아했다. 올랜도와 수키는 맹렬히 사랑했다. 여인들과 차를 마시고 세 사람의 이름이 결혼상대로 거명되었다.

 

올랜도는 러시아 공주 사샤와 사랑에 빠지고 오붓하게 둘이만 있고 싶은 욕망에 런던으로 가는 대신 템스 강이 얼어붙은 구역으로 갔다. 미래 따위는 사샤 자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배를 타고 러시아로 가리라 그녀와 도망갈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온 세상이 그녀의 배신을 알리고 있는 것 같았다. 폭우에 얼음이 녹아 홍수가 일어난다. 올랜도는 배신한 그녀에게 욕을 퍼부었다.

 

한파와 홍수가 나고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해 올랜도의 희망도 사라져버렸다. 여러 달 글을 쓰고 난 뒤 다년간 고독을 깨고 바깥세상과 섞이기로 작정하고, 아이셤이라는 친구의 소개로 시인 니콜라스 그린에게 보여준다. 그린 부인의 열 번째 출산 비용을 댄 팸플릿을 보고 책을 집어 갖다 버리라고 하인에게 일렀다. 인간에게 염증을 느낀 것이다. 서른 살에 사랑과 야망, 여인과 시인은 허망하다 여긴다. 올랜도가 혼수상태에 빠진 후 여자가 되었다. 그러나 올랜도가 남자였던 이전과 꼭 같았다. 정체성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수백 년 전에 올랜도가 사샤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낀 기쁨을 상기시키며 예전에 그녀가 따라다니는 몸이었고, 지금은 도망가야 하는 신세다. 어느 쪽이 더 행복한가? 남자일까 여자일까. 성이 바뀌었지만 하인들은 그녀를 나리! 마님! 마님! 부르며 그들이 알고 있던 올랜도가 아니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올랜도는 혼자 있을 때 마음이 놓이는 것을 알았다. 명상에 잠겼다가 멋쟁이 청년이었던 시절 입던 옷장을 열고, 베네치아 레이스로 장식된 벨벳 옷을 골라 입으니 그녀는 귀공자였다. 넬이라는 소녀가 애인에게 하듯 재잘거리자 남자 옷을 벗어젖히고 스스로가 여자임을 인정했다.

 

그녀는 300여년간 여성으로 살면서 시 [참나무] 원고는 몸에 지니고 다녔다. 온 세상이 결혼반지 투성이라며 나말고 모두 짝이 있다고 올랜도는 우울해했다. 마머 듀크 본스롭 쉘머딘를 만나 결혼한다. 그는 군인이었고, 선원이며 동양 탐험의 일을 해왔다고 했다. 그녀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던 문학박사, 교수 빅토리아 시대의 영향력 있는 비평가인 니콜라스를 만났다. 올랜도가 320일 목요일 새벽 3시에 아들을 낳는 것과 그녀(울프)의 시를 드디어 출간하는 일이다. 소설 말미에 자정을 알리는 시계 소리가 열두 번 울리는데, 열두 번째의 울림과 더불어 19281011일 목요일이 되었다고 선언하고 작품이 끝난다.

 

올랜도는 영국을 무대로 하여 삼 세기에 걸쳐 있다. 16세기(1588) 영국에 16세 미소년으로 등장해서, 300년간 계속 살아, 작품이 끝나는 1928년에는 36세의 여인이 되어 있다. 17세기 말경인 30세에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는 것은 여성이 영국 문학에 참여하기 시작한 때이다. 울프가 필생의 대작 [파도]를 구상하다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썼다는 이 작품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하나의 심각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울프의 작품 [자기만의 방][올랜도]는 페미니즘을 요약하고 있다. 읽기 어려운 책은 덮었다 오래도록 찾지 않는데 울프의 작품은 다시 읽어보고 싶다. 샐리 포터의 [올란도] 영화를 보면 올랜도 소설이 가깝게 다가오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