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공장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9
이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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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인구가 줄고 있는 지방 소도시.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에 있는 동네의 유일한 대중교통이 버스인 오동면, 서울에 가려면 왕복 4시간이 걸린다. 오동면에서 제일 북적거리는 곳은 오동 고등학교다. 한때는 400명이 넘었다는 전교생 수는 이제 123명까지 줄었다. 선생님을 합쳐도 150명에 미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시간을 때우는 곳은 학교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버스 정거장 앞이다.

 

유정, 차영진, 염민서, 최나헤 네 단짝은 다 함께 오동면에서 자랐고 같은 학교를 다녔다. 어릴 적에 사귄 친구들이 오래 인연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절대적인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이들은 방학에도 갖가지 학원을 오가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오동면에는 학원이 딱 한 곳뿐이었다. 네 아이들은 일주일에 사흘은 같이 학원에 가고, 가지 않는 날에는 학교 도서실에 모여서 자습을 했다. 토요일에 서울을 가기로 약속을 정하고 넷은 열심히 서울의 맛집들을 분석했다. 연리단길에서 요즘 제일 핫한 카페를 향했다.

 

   

 

 

음료는 재료가 더 떨어졌다고 하여 자몽을 시켰다. 카페는 공장이나 창고처럼 생겼다. 천정에 전깃줄과 파이프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콘르리트 벽에는 크고 작은 그림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아이들은 그냥 우리가 각자 집에 있는 물건 가지고 와서 카페 차려도 되겠네 동네에 빈 공장에 가보자고 하였다. “까짓것 진짜 차리지 뭐 어차피 장난인데..” 빈 공장은 4,5층 높이의 건물들은 한때 공장으로 쓰였지만 인구가 지금의 두 배가 넘던 시절 들어선 공장들은 세월이 흐르며 하나둘 문을 닫았고 팅 빈 건물만 남아 있었다.

 

물도 전기도 나오고 카페 차리면 딱이겠다 의견을 모았다. 집에 남아도는 의자, 개다리소반, 홤누석 등 고물들을 가져와서 모아놓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카페 같았다. 이름까지 정했다. 원래 공장이었으니 카페, 공장중간에 쉼표를 넣으니 있어 보이고 프린트로 간판까지 만들어 붙이자 그럴싸했다.

 

네 아이들은 용돈을 모아 동네 편의점에서 음료와 과자를 사고, 약간의 마진을 붙여 메뉴판을 완성한다. 벽에는 오래된 영화포스트를 붙여주고, 솜씨 좋은 민서는 엽서를 직접 만들어 판매도 하였다. 학교 친구들의 입소문을 타고 카페 공장은 동네 아이들의 명소가 된다. 손님이 많으면 사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SNS홍보, 식재료 수급, 진상 손님 퇴치, 클레임 해결, 마진율 조정, 이익 배분, 근무 환경까지 네 명의 사장들은 좌충우돌한다.

  

  

 

동네 사람들, 부모님들이 알아채면 영진네 둘째 큰어머니께서 차린 곳이며 사회생활을 배우려고 베프들이랑 알바를 하는 중이라고 둘러대기로 하였다. 실제 입소문을 타고 학교 선생님이 찾아오기도 하였다. 손님은 더 많은 손님을 부르고 아이들은 바쁜와중에 뿌듯한 성취감을 느낀다. 그동안 재미없게 살아왔는데 카페 공장을 하며 변화가 생겼다. 정이는 바리스타, 나혜는 제빵사, 민서는 디자이너, 영진은 매출 재무관리를 각자 정한일이 있지만 단짝 사이에도 미처 모르고 지냈던 기질과 습관들이 카페에서 일하다 보니 두드려졌다. 놀 때는 눈감아 주었던 것들이 일일이 신경을 긁고 뒤끝을 남겼다. 단톡에 불만을 토로하지만 문제점은 고쳐지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벤츠 승용차가 카페 앞에 나타나고, 차에서 내린 아저씨는 다짜고짜 카페 주인을 찾는다. 건물 주인이고 땅 부자 아저씨였다. 네 아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미성년자이고 어린 학생들이 카페를 차린다는 설정이 무모하게 보이지만 함께라서 가능했던 멋진 도전은 아이들의 진로나 직업에 영향을 끼친다. 작가는 [카페,공장]을 읽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각자의 꿈과 기대를 어김없이 배반하는 현실에서 한숨 돌릴 수 있기를 희망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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