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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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마르크 레비 신작 휴면 로맨스 [그녀, 클로이]는 맨해튼 5번가 12번지 아파트 주민들과 9층 여자 클로이를 중심으로 다름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낸 소설이다.

 

먼저, 폭죽 터질 때 같은 냄새가 났다. 그리고 마지막 불꽃 다발이 꺼지는 순간 다시 어둠에 잠겼다.(p9)

 

첫 문장 클로이의 일기로 시작한다. 클로이는 20134151450,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결승선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리 40센티미터를 잃었다. 기업대표이자 뭄바이 최고 갑부인 산지는 사업 확장을 위해 뉴욕에 도착한다. 인도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디팍은 39년 동안 엘리베이터를 운전한다. 입주민 성향과 습관을 모조리 꿰뚫고 그들의 요구에 성실히 답한다. 주민들은 그를 하인 부리듯 대하기도 하지만 클로이와 아버지 브론슈타인 교수 만은 예외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를 존중하고 배려해준다. 5번가 12번지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뉴욕 전체에 53대밖에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수동으로만 작동하는 골동품이다.

 

신분이 낮은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가족을 등지고 미국으로 떠났던 고모 랄리와 디팍의 집에 산지는 머물게 된다. 디팍은 크리켓 선수로 국가대표팀이 눈독을 들일 정도로 승승장구 하다 고모와 도망을 와서 엘리베이터 운전을 하게 된 것이다. 15년 전 런던 유학 시절 친구인 샘과 사업을 추진한다. 야근에 근무하던 동료 리베라 씨가 추락사고를 당해 입원하게 되었다. 고모부 디팍의 설득에 며칠만 엘리베이터 운행을 하기로 하였다. 산지는 낮에 일하고 밤에 승무원이 되니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고, 투자자들 앞에서도 옷 차림새가 흐트러져 오해를 받기도 한다.

 

클로이는 오디오북 성우인데 연기 수업을 받고 단역 배우로 활동하다 이제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직업에 대한 열의가 보였다. 사고 이후 클로이는 사람들이 휠체어를 밀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남자친구 줄리어스에게 바람을 맞고 우리가 아직은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내 착각이었어”(p217)잘못 전달된 메시지를 받은 산지와 조우한다. 클로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 적이 없고, 멋진 휠체어에 앉아 있는 여자와 피부색이 다른 남자를 누가 더 저들 눈에 들어올 거 같냐 묻는 산지에게 마음이 끌린다. 산지는 고모부가 인생의 남자라는 걸 언제 아셨는지, 신분의 차이가 두려웠던 적은 없었는지 랄리에게 묻는다.

 

사랑에 빠지면 거지나 왕이나 다 똑같다.”<인도속담>

 

회계사 그룸랫과 주민들은 자동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어 디팍과 리베라는 짤릴 위기에 처했다. 디팍은 퇴직할 때 급여와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해주라고 당부하였다. 그러던 중 자동화 엘리베이터 설비 세트가 훼손되었는데 주민들은 서로 의심을 하고 있다. 브론슈타인 씨는 오랜 세월 성실하게 근무한 디팍과 리베라 씨를 해고 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두 사람이 은퇴할 때가 되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산지는 야근 근무를 하다 주민들이 다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 빈집에서 잠을 잤던 이후 도난이 발생하여 사건에 휘말린다.

 

프랑스 잡지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다르다는 것은 두려움을 주는 동시에 행복을 줄 수도 있다. 그 다름을 사랑하게 만들고 싶었다말한 바 있다. 이처럼 다름사랑을 주제로 인종과 문화를 초월한 사랑의 힘을 보여 준 소설이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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