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줘서 고마워 -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의사의 기록
오수영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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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산부인과 의사이자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이다. 고위험 임산부와 태아를 진료하면서 너무 기쁘고 감동적인 순간도 속상한 순간도 많았지만 이런 순간에 감정을 의학적 사실과 함께 틈틈이 적어두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딸의 청바지를 사주지 못하고 병원에 가야 했던 그날의 수술, 밤낮없이 병원을 오가야 하는 자신을 두 딸이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바쁜 엄마의 마음이 전해지며 뭉클해지기도 하였다.

 

임신과 출산에 실패라는 말은 말아요. 건강한 첫 딸을 낳고 둘째 아이를 임신한 임산부가 있었다. 임신 20주에 태아가 구순열이라는 진단을 받고 상담을 하고 아기는 본원에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둘째 안부를 묻자 안 낳았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지금 둘째가 제일 예뻐요했다. 신천성 기형을 가진 아기를 분만하는 건 전혀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나중에 더 큰 기쁨을 주는 행복이다.

 

응급한 상황이 생기면 자다가도 나와야 하는 의사와 위급한 임산부가 만나면 초를 다투는 영화 같은 이야기들은 내가 임신과 출산을 겪어봤지만 그 막연함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의료 용어들이 생소하지만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결혼 20년 만에 첫 아기를 임신하였고 저자와 동갑인 산모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태반조기박리가 의심되고 32주차에 태어나 2킬로그램도 안되는 아기가 탄생했고 산모에게 준 일기장에 아기 사진과 함께 일기를 쓰라고 주었다.

 

33주된 임산부가 입원하였다. 초음파 검사에서 움직임이 현저히 감소했고 갑작스럽게 태동이 줄었다고 왔던 것이다. 33주면 보통 2.1킬로그램인데 1.4킬로그램이고 아기가 작은 편이었다. 전문의 경험 15년을 통틀어 보는 아기의 모습에 놀랐다. 탯줄이 아기의 목을 네 번이나 꽉 끼도록 감고 있었던 것, 태아는 온전히 탯줄에 의존해 엄마로부터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기 때문에 탯줄이 묶이면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잘못될 수 있다. 제왕절개수술이 자연분만에 비해 출혈, 감염, 색전 등 이환율이 3~4배 이상 증가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의료진이 입원을 권할 때는 충분히 그럴만한 의학적 이유가 있다. 또한 산과적 초응급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긴장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눈앞에 닥친 초응급 상황에서의 수술 뒤에는 11초를 아끼려는 의료진의 숨 가쁜 노력이 있다.p59

 

산모의 심장이 멎었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으로 수술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심정지 기간 때문에 저산소증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되면 어쩌나 수술하면서도 마음 한켠에 걱정이 이어졌다. 새벽에 수술 한 것이 아침이 오고 회진을 갔는데 환자가 눈을 깜빡거리며 선생님, 물 마셔도 되나요?”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을 질문을 위급했던 산모의 질문을 받고 살아주어 고맙다고대답하고 싶었다.

 

만삭 임산부가 갑자기 못 걸을 정도라면 치골(양쪽 골반뼈가 인대로 연결되어 만나는 방광 앞쪽부분) 관절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주변 이웃이 많이 걸어야 순산할 수 있다고 임신 39주에 30분이 넘도록 러닝머신에서 걷고 요가를 했다고 한다. 순산했지만 벌어진 골반뼈 때문에 한 달은 걸을 수 없다. 두 달은 지나야 원래 상태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며 의사말보다 옆집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일까 안타까워했다. 만약 이 글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더 이상 이 글을 읽지 않기를 권한다. 그러나 아는 게 힘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이 글은 예방의 차원에서 도움이 되리라 저자는 말한다.

 

임신과 출산이 순조롭기는 어렵다. 어떤 사람은 순산을 하면 낳는게 쉽다고 하겠지만 입덧이 심한 사람은 임신이 더 어려운 사람도 있다. 여러 사례들과 의학상식을 부록으로 엮은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인세는 출생 전후 염색체 이상을 진단받고 삼성서울 병원에서 태어나 치료받는 아이들의 치료비로 전액 기부된다니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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