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개발의 정석 오늘의 젊은 작가 10
임성순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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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_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10 <자기 개발의 정석>

 

이 책 표지가 안스럽고 웃음짓게 하더니 전립선염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상황마다 펼쳐지는 리얼하고 디테일한 묘사가 계속 읽게 만들었다. [자기 개발의 정석]은 앞선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동시에 전혀 다른 계열의 소설이라고 한다.

 

입술이 터지고, 피가 나는 이유는 이 부장도 알고 있는 오르가슴 때문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정말 그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설 중간쯤에 실마리가 풀린다. 마흔 여섯에 처음 오르가슴을 느끼기엔 늦은 감이 있다. 아내는 아이를 한명만 갖기를 원했다. 실제 부부 관계도 소원해지고 부부 싸움도 줄었다.

 

아이가 캐나다에 간 것은 이 부장의 발음 때문이었다. 그가 구사하는 영어 8할은 대학 졸업 전 1년간 들었던 새벽 6시 라디오가 가르쳐 준 것이었다. 고향 사투리가 약간 섞인 이상한 영어 발음은 고쳐지지 않아 이 부장의 촌스러운 발음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내와 딸은 아 쪽팔려하였다. 그리고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전립선염이 걸렸다. 마지막 업소 방문이 두달 전이었고 콘돔을 사용했는데 의사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바지 벗고 속옷도 벗고 뒤가 트인 바지를 입으라고 간호사가 말했다. 작아서 실수하면 큰일 난다고 평균보다 작은.’ 거시기라서 절개하기가 힘들다 하였다. 전형적인 OTL의 좌절 포즈를 하고 확진을 위해 검사를 하고 동시에 치료라고 하였다.

 

일주일에 한번 아네로스라는 기구로 전립선염을 치료한다. 자기 전에 스타브론 정을 먹어야 한다. 마흔여섯 살에 찾아온 전립선 치료가 혐오스럽고 저항감이 장난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 부장은 한번의 오르가슴을 느꼈다. 드라이 오르가슴에 대한 정보를 찾다 오프라인 모임까지 나가게 되었다. 적자생존이란 단어의 의미는 명확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쓸모 있는 것이 되어야만 했다.

 

네트워크 마케팅, 피라미드, 다단계였다. 끝까지 구매를 하지 않고 나오는데 젊은 남자, 고등학생한테 퍽 치기를 당한다. 씹어 먹을 더러운 새끼. 영문도 모르고 욕을 먹고 주먹질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 왔다. 전치 6주가 나왔다. 캐나다에 있는 아내는 가끔 전화를 해오면서 500달러, 300달러를 요구했다. 월급 뻔한데 돈 보내느라 고생했다고 하고, 건강은 어떠냐고 묻는 아내가 약간 수상했으리라. 과한 친절과 관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부부 상담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바람의 징후로 갑작스러운 관심이나 친절이 1순위에 있었다. 읽다 보면 아내의 바람이라고 생각이 들 것이다. 정말 남편의 건강을 걱정한 것이었다.

 

아내가 이 부장에게 전화를 자주 하는 것은 방학을 맞이해 한국에 다니러 갔던 영수네는 캐나다로 돌아오지 못했다. 남편이 위암 말기였던 것이다. 남편이 재밌거나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건 연애 전부터 알고 있었다. 성실한 사람, 안정적인 사람이어서 결혼 한 것이고 한마디로 좋은 사람이었다. 이 부장 앞에 펼쳐지는 사건과 사고들이 웃기고도 슬프다. 요즘 같이 코로나19로 마음이 찹찹할 때 읽으면 좋을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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