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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습 - 김승옥 대표중단편선 ㅣ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60년대 초반 한국문단에 ‘감수성의 혁명’을 몰고 온 작가 김승옥은 현대문학의 고전, 단편미학의 전범 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동반하고 이야기되는 후배 작가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승옥은 1962년 단편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많은 작품이 있는데 내가 기억하는 작품은 ‘무진기행’과 ‘서울, 1964년 겨울’이다. 이 책[생명연습]은 10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었다.
<생명연습>에서 ‘자기 세계’라고 하면 연초록빛 대기나 탐스러운 장미꽃이 어울리는 정원을 가진 성곽이 연상된다. 자신의 생식기를 잘라버린 전도사, 최음제까지 먹여 가며 여자를 정복하는 천재 영수, 아버지를 닮은 여러 남자를 만나는 엄마가 못마땅해 죽이자 작당하다 스스로 자살하는 형, 사랑하는 여자의 육체를 범해 버리기로 그 여자를 떠날 명분을 만든 한 교수, 직선을 자를 갖다대고 그렸다고 죄의식을 느끼는 만화가 오선생 등은 자기세계에 빠져 드는 걸까
‘나’에게 사살당한 빨치산의 시체를 묻어주며 돈을 벌러 가자고 하는 아버지, 누나를 겁탈하려는 형들의 음모를 알면서도 ‘나’를 아껴주는 윤희 누나를 유인하는 심부름을 해주는 ‘나’<건>, 사랑을 성욕으로 간주해버리고 여자를 바꿔서 만나자는 영빈, 수영은 피를 토하는 폐침윤 2기 진단을 받고 오래 살아남는다. 서커스 단원 ‘미아’와 결혼을 약속을 하고 수영의 여동생을 윤간한 불량배들과 싸우다 죽고 마는 윤수, 형기는 집에 화재가 나서 식구는 죽고 혼자 살아남아 시력을 잃은 채 바다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견디기 어려운 서울 생활을 접고 하향을 한 정우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환상수첩>
선조 대대로 중국에서 이름 있는 역사 집안인 서씨 그 힘은 공사장에서 남보다 약간 더 많은 보수를 받게 하는 기능밖에 가질 수 없게 되었다.<역사>, 실의에 빠져서 무진을 내려온지 4년만에 다시 무진을 찾은 ‘나’를 아내 덕에 출세했다고 부러워한다. 여선생 하인숙, 후배 박과 속물 조와 만남을 갖는다. 조와 여선생은 무슨 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방죽에서 자살한 술집 여자의 시체를 보았다. 하인숙은 서울로 자신을 불러 달라고 부탁을 한다. 급하게 가느라 편지를 썼다 찢어버리고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에 부끄럼을 느낀다.<무진기행>
선술집에서 안이라는 대학원생과 나와 서른대여섯 살 사내와의 이야기다. 안과 나는 스물다섯 살로 의미 없는 말로 대화를 나누다 사내가 끼어든다. 아내가 급성 뇌막염으로 죽고 말았는데 병원에 돈 사천원을 받고 팔았단다. 그 돈을 다 쓰자고 제안한다. 각자 숙소를 정해 들어갔는데 사내는 자살하고 말았다. 나는 같이 자려고 했는데 우리 탓이 아닐거라고 안이 말한다.<서울 1964년 겨울>
친구들과 행주산성에서 놀러 가기로 한날 돼지 한 마리를 사가지고 통째 구워먹기를 했다. 돼지를 메고 가다가 놓쳐서 애를 먹은 일, 이따끔 창녀의 집엘 찾아가다 하숙집 딸 숙이와 연인관계가 된다. 일당 오백원에 영감님의 신변을 보호하여 흥신소에 보고 하는 일을 맡았다. 가끔은 영감 뒤를 따라다니다 나를 잃어버리고 멍해지기도 한다. 영감님이 돌아오지 않았다. 숙이가 말했다. 돈을 잔뜩 벌어다가 친척들에게 주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노인은 루팡일까?<다산성>, 대낮에 낯선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한 이후 현주는 낯선 남자들을 찾아 서울의 밤거리를 헤맨다. 남편과 남처럼 지내야 하는데 따른 일탈이다<야행>
환상수첩과 무진기행은 반드시 함께 읽어야 할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지금 당신이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김승옥의 소설들이 이십대 초중반에 썼고 오십여 년이 지났어도 매력을 잃지 않는 이유는 청년성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