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 도청의 마지막 날, 그 새벽의 이야기
정도상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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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 운동으로부터 40년이 되었다. 오늘이 그날이고 이 소설을 읽었다. 아침 TV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남편이 수금을 하러 저녁도 안 먹고 나가 돌아오지 않아 안간데없이 찾아 헤매던 열흘만에 교도소에서 시신이 된 남편을 만난 억울한 마음을 세상천지에 누가 알까요. 보고 싶은 당신 우리 만나는 날까지 부디 안녕히 계세요’ 5.18 기념식에서 희생자 남편의 아내가 쓴 편지였다

 

소설은 1980518일부터 열흘간 이루어진 광주민주화 운동의 마지막 날 밤과 새벽, 전남도청에서 투쟁하던 오백여 명 시민군들에 관한 이야기다. [꽃잎처럼]의 본래 제목은 [도청]이었다. 526일 저녁부터 527일 아침에 이르기까지 전남도청의 마지막 밤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에 따라 썼다. 저자는 광주 사람도 아니고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작품을 쓰기 위해 취재와 공부를 하였다. 주인공을 제외하고 등장인물은 실재했거나 실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명수는 가난하여 국민학교만 나와서 이것저것 안해 본 일이 없고, 자동차 하청 업체에서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다. 신입으로 들어온 김희순을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한다. 나이는 두 살 위였지만 연애는 누나랑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녀가 대학을 휴학하고 야학 들불에서 강학을 하면서 민주운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교복이 제일 부러웠는데 인생의 십대를 배고프게 보내고 스물의 봄날에 꽃잎처럼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명수는 중졸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가기라 마음 먹는다.

 

윤상우는 대학을 나와 은행에 근무하는 중에 광주에 내려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수는 계엄군과 공수부대와 맞서기 위해 투쟁위원회의 대변인 상우의 경호원을 자처하며 도청에서 결전의 순간을 기다린다. <투사회보>를 제작하고, <민주시민회보>를 철필로 새기는 글자를 쓴다. 작은 키의 영준형은 글씨를 제일 잘 쓰고, 용호 형은 문장을 생각해내고 글을 제일 잘 쓴다. 휴교령이 내려 고향 광주로 내려온 병규는 시신 관리 임무를 수행중이다. 생일을 맞아 아침에 와야 한다고 엄마가 찾아온다. 효균이 아버지는 변호사로 수습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아들, 젊은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남는다.

 

백기를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과 피에 젖은 깃발을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광주 사람들은 오늘 밤, 잠들지 못하고 도청을 향해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있을 것이다.

 

명수는 오늘 밤 여기에 머무른다. 이 밤이 지나면 내일이 올 것이고 내일은 희순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날이 밝으면 손에 쥐고 있는 카빈소총을 놓고 여기를 떠날 것이다. 상무관 도청의 시신 관리소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대단했다. 무섬증이 들어 잠시도 있기 힘들겠는데 정성으로 시신을 다루었다. 3학생들도 도청에 왔다. 도청에는 학력도 경력도 나이도 고향도 묻지 않았다. 그것이 너무 좋았다.

 

명수와 동년배인 수찬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단칸방이 싫어 츄레라를 모는 남호 형의 조수가 되어 몇 달을 돌아다녔다. 조폭들과 싸움에 휘말려 초죽음이 되어 조직원이 되라는 두목의 말에 츄레라 운전수가 꿈이라고 말하여 멋진 놈이다며 풀어 주었다. 형수의 임산부 친구가 공수부대의 총질에 즉사하고 형수도 출산이 임박한 몸이었는데 젖가슴을 찔러버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어 원수를 갚으려 도청에 왔다고 하였다.

 

우리는 고작 카빈 소총에다 실탄 세 발인데 군대는 식스틴이어서 정말 새 발의 피였다. 놈들이 온다. ‘오지 말아라. 하지만 온다면 피하진 않겠다.’ 이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27일 새벽 공수부대는 무차별 소총을 난사하였다. 도청에 있던 사람들, 형과 친구들이 쓰러졌다. 명수는 바닥으로 쓰러지며 어머니를 불렀다. 환상인지 꿈인지 모르지만 풀숲으로 날아가는 배추흰나비를 따라갔다. 명수는 내일 희순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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