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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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에 대해 영화나 드라마를 봐서 일부만 알고 있었다. 한중록을 읽으면서 분통이 터졌다. 이 책은 영조와 남편 사도세자, 아들 정조, 손자 순조까지 파란만장한 궁중사를 담아낸 기록으로 한국인이라면 한번은 읽어야 할 궁중문학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혜경궁 홍씨는 열 살에 세자빈으로 책봉되어 궁에 들어왔다. 영조와 남편 사도세자의 사랑을 받았다. 아버지가 과거 급제를 하자 경모궁(세자)도 기뻐하였다. 영조의 첫 아들 효장세자가 돌아가시고 왕세자 자리가 오래 비어있었다. 후궁 선희궁이 경모궁을 낳았다. 경모궁은 기질과 용모가 뛰어나 영특하였다. 체구가 커서 웅장하고 천성이 효성스러우며 우애가 있고 총명하였다. 부모님 곁을 떠나지 않고 자애와 가르치심을 병행하였더라면 도량과 재능의 성취가 놀라웠을 것이다. 어린 애기를 부모와 떨어진 멀리 저승전이라는 큰 전각으로 옮겼으니 말이다.

 

저승전은 대왕이나 선희궁의 처소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양육의 뜻을 이루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대하는 사람이란 내시와 궁녀들뿐이고, 듣는 소리는 항간의 소소한 이야기뿐이니 잘 되지 못할 근원이었다고 생각하니 이 어찌 슬프고 원통하지 않으리오

 

영조는 작은 일에 격노하시고 옹주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었다. 경모궁은 자주 아팠고 저승전에 머문 탓이라는 점쟁이 말에 융경현으로 옮기고 거처가 수시로 바뀌었다. 경모궁 15세가 되어 영조가 능에 행차하실 때 한번도 따라간 적이 없다. 행동이 민첩하지 못하여 영조 마음에 안 들어서 화를 내고 야단을 맞았다. 경모궁은 두렵고 무서운 것이 병환이 되어 화가 나면 풀데가 없어 애매한 궁녀에게 풀었다.

 

영조는 경모궁에게 죄인을 심문하는데 데리고 가고 병중인 것은 헤아리지 못하고 밤중이라도 부르시면 때를 어기지 않고 대령하였다. 너무 화가 나서 자살해야겠다하여 혜경궁이 달래었다. 금주하는 이 때에(먹지도 않은 술)을 먹어 예절에 어긋나다고 나무랐다. 마음속에서 화가 올라오면 견디지 못하여 사람을 죽이거나 닭, 짐승을 죽이거나 하였다. 이때 경모궁은 옷을 입지 못하는 의대병이 생겼다. 옷을 태우기 일수라 옷감을 대기가 힘들었다. 아고 답답해라 세자가 미쳐가고 있었다. 자신을 폐하고 세손은 효장세자의 양자로 삼을 것을 세자는 알고 있었다. 영조가 대놓고 아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던가.

 

선희궁은 당신의 도리로 임금을 보호하려는 뜻이 옳고, 혜경궁 홍씨는 소저를 천만번 사랑해도 세손을 구하는 것이 옳다고 하였다. 나경언 사건으로 외사촌이 변을 당하고 친정아버지는 재상으로 있다가 파직을 당하였다. 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음을 당했다. 자세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아 매우 궁금하다. 이를 두고 임오화변이라고 한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노론과 소론이 끊임없이 싸우는 빌미를 주게 되었다. 소조가 죽고, 폐위되어 혜경궁 홍씨와 세손은 궁궐 밖에서 지냈다. 임금의 특별사면령이 나오고 세손만 데려갔다. 사도세자 3년 상이 끝나고 양자로 간 세손의 효도를 받으니 망극함이라고 표현한다.

 

[한중록]은 혜경궁 홍씨의 조카 홍수영이 청하여 쓰기 시작했고, 네 번에 걸쳐 완성한 글이다. 첫 번째는 한가로운 심정에서 집필하였고, 나머지는 아들 정조가 승하한 직후부터 썼다. 순조에게 보이기 위하여 정치적 목적으로 집필하였다는 것이 맞다. 정조는 아버지 죽음이 노론이었던 외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여겼다. 홍씨의 숙부가 처형되었고 아버지 홍봉한까지 처벌을 받게 되었다. 홍씨는 집안을 일으켜 줄 것을 탄원하였고, 정조가 약속했다고 언급하였다. 임오화변은 친정집과 무관하게 일어난 사건이라 주장하였다. 10세에 궁에 들어와 70년을 살다 간 혜경궁 홍씨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좋은 자료를 남겨주어 감사하다.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 인가를 생각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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