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오늘의 젊은 작가 8
김엄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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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E는 생일 기념으로 스케일링을 하기로 결심했다. 4번 치아와 12번 치아의 충치 범위, 금이 간 앞니의 미래와 매복해 있는 사랑니에 대해 의사는 말했다. 성실하게 출퇴근하는 회사원 E의 일상은 틀에 박혀 무료하게 반복한다. 두 번 혹은 세 번 만난 여자를 만나기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샀다. 여자에게 여덟 번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여자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새해가 되어 일출을 보러 산에 가지만 정상에는 오르지 못한다. E는 미끄러져 넘어질 뻔하였다. 금이 간 앞니가 부러질까 걱정 한다. 퇴근길에 동료들과 상사의 욕을 하며 술을 마신다. 백이라는 상사는 낚시한 고기를 사무실에 가져와 회를 떠서 동료들에게 건넨다. a는 회를 먹지 못하고, 상사는 자신이 뜬 회를 먹지 않는 a를 탐탁지 않아 했다. b는 항상 긍정적이고, c는 씨발 이라는 욕을 잘한다.

 

하늘이 어두워 곧 비가 내리려는 날씨를 보고 우산을 사야 할까 고민했다. 우산은 사야 해, 검정색으로, 어디서 사야 할까, 그는 검정색 우산을 어디에서 사야 할지 고민했다. 동료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여자들과 합석을 하고, 여자와 키스만 하고 바로 잤다. 출근, 산책, 출근을 반복 하는 동안 동료 a의 사촌이 있는 극단에 연극을 보러 갔다. 배우 조가 여배우 빰을 때렸다고 이 개새끼. 개새끼 조. 동료들은 욕을 하는데 E는 알 수가 없다. E는 연극을 보지 않고 졸거나 잠을 잤기 때문이다. E는 예쁜 여자를 만나 연애도 하고 싶다. E는 대체로 소극적이면서 어떤 날에는 무모하기도 했다.

 

동료 a가 실종되었다. 한달 내내 출근을 하지 않았고, 사촌이 실종 신고를 하였다. a가 실종된 이유의 40퍼센트는 상사 백이 a에게 회를 강요했기 때문이라고 E는 생각한다. a의 자리는 d라는 사람이 대체되고 a의 존재는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치지 않는 비 때문에 몇 개의 도시가 물에 잠겼다. 매일 닦아도 매일 새로운 곰팡이가 벽에 자라났다. E는 자주 더 자고 싶었다. 오랫동안 자고 일어난 뒤에도 그랬고, 잠깐 동안 자고 일어났을 때에도 그랬다. 빨지 않은 옷들이 책상 위에 쌓여 갔다. 오후 업무 중에, 210분부터 3시까지 E는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동료들도 비슷한 시간에 잠들었다가 깼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가 땅바닥에 쓰러져 누워 버렸다. 앞니가 부러져서는 안 돼. 누워 있음에도 넘어질까 걱정되었다. 치통 때문에 인상을 쓰고 다녔고 음식을 먹지 못했다. 치과에 가니 9번 치아에 대해 사랑니를 당장 뽑을 것과 금이 간 앞니의 미래는 좀 더 살펴 볼 것, 의사는 말했다. 어느 날 퇴근길 E는 빗물에 미끄러지면서 앞으로 넘어져 안면 전체에 충격을 받았다. 마침내 금이 간 앞니가 부서졌고, 세상의 완벽한 실패를 맡보는 순간이었다. 좀 쉬고 싶었다. 휴가를 받아 섬으로 들어간 곳에 전 여친 정경선을 닮은 여자를 봤다. E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에 있었다. 낯선 남자가 위험하다고 호루라기를 불었다. 해변에서의 소동을 여관 주인이 알고 하루치 숙박비를 환불해 줄 테니 내일 나가 달라 부탁했다. 나는 자살여행자가 아니에요 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출근길에 E는 출근하지 않기로 했다. 결심하고 나자 곧 뿌듯해졌다.(p141)

 

주인공의 이름, 나이 어느 회사를 다니는지 알 수 없지만 젊은 작가가 쓴 작품이니 젊은이들의 불안정한 일상을 그린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근, 산책을 반복하면서 일은 잘하고 있어 다행이다 했는데 왜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의미, 단절, 불안의 연속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무력감을 잘 표현해 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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