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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당 오가와 - 오가와 이토 에세이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마리카의 장갑]의 저자 오가와 이토는 일본과 독일에서 보낸다. 이 책은 [츠바키 문구점]집필 당시 기록한 1년간의 일기로, 소박하고 단정한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과 남다른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펭귄(남편의 별명)과 유리네(오가와 애견 몰티즈)와 세 가족이다. 날씨가 추운날에는 그라탱을, 봄에는 샤부샤부를 만들어 먹는다. 산에서 따온 미나리와 크레송 땅두릅은 처음 먹어봤는데 상큼하고 맛있었다. 새해 첫날 영화 [더 서치]를 보고 전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생각한다. 평범한 러시아 청년이 전쟁에 내몰려서 살인 병기가 되어 가는 모습이 내전으로 많은 사람이 가혹한 상황에 처한 것들이 가슴이 아프다.
연필과 지우개와 빨간 펜을 들고 [츠바키 문구점]교정지를 본다. 글씨 쓰기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내 책에 사인할 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사인을 받은 사람이 실망하지 않고 기쁜 마음이 드는 글씨를 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신문에 실린 다루가와 카즈야 씨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정성을 들여 키운 양배추를 출하해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통지서가 날아온 다음 날,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때였나 일본에서 수입한 생선을 먹으면 안된다는 뉴스를 들었던거 같다.
4월 꽃잎이 날리는 벚꽃 아래를 유리네와 걸어간다. 산책을 하다 좋아하는 냄새를 찾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유리네도 일주일에 한번 유치원에 간다. 아구 귀여워라 밤에는 팔을 베고 잔다. 팔이 저리고 아프지만 ‘쌕쌕’ 숨소리를 내면서 자는 모습은 미치도록 귀엽다. 유리네가 없는 생활은 생각할 수 없다고 죽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새 책이 도착하고, 주말 아침은 팬들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만년필을 고르고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어 펜글씨 교실에도 다니기 시작했지만 갈 길이 멀다. 일본의 황금연휴는 5월인가보다. 락교 절임 소스에 절인다. 노무라 히로코 씨의 요리책을 보고 만들고, 만들고, 먹고, 만든다.
저자는 6월부터 3개월 동안 베를린에 머문다. 집으로 돌아올 때 깨끗한 인상을 받으려고 청소를 깨끗이 해놓는다. 이번에는 유리네도 같이 데려오길 잘했다. 라트비어로 취재 여행을 간다. 여행 목적은 하지 축제에 참가하는 것, 베를린을 찾을 때 공기의 흐름을 느낀다. 라트비아인들이 축제를 고대하는 이유를 알겠다. 한밤중에 춤을 추고, 노래하고 소시지를 먹는 것, 정말로 즐겁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축제가 열리려나 걱정 스럽다.(내생각)
독일은 개에게 관대해서 개가 살기 좋은 환경이다. 강아지 때부터 애견교실에서 사회성을 배우기도 하고 교육이 잘되어 있다. 도그런에 데리고 가서 마음껏 뛰어 놀아도 된다. 라트비아의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 피아니스트는 파워풀하고 정감이 넘치고 박력 만점이었다. 펭귄을 만난 지 20년 이상이 지났다. 결혼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저런 일이 있어 혼인신고를 했고, 16년이 지났다. 남편을 부르는 애칭도 귀엽고 보기 좋다. 매일 부지런히 나만의 행복을 지어 먹는 저자의 감미로운 일상을 재미있게 읽었다.
먹으면 바로 설사를 해서 보고 있으려니 안쓰럽다. 밤중에도 두세 번은 화장실에 간다. 그럴 때, 나는 반사적으로 일어나지만 펭귄은 쿨쿨 잔다. 아빠들은 원래 그런건가. 비판하는 게 아니라 원초적으로 몸의 구조가 아이가 밤에 울어도 잘 자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유리네는 괴로워하는데, 어쩌면 자기 탓일지도 모르는데, “냄새 나”하고 퉁명스럽게 군다. 남자는 어째서 이럴까, 하고 새삼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 같은 걸 생각했다.(p180)
츠바키 문구점이 제5회 시즈오카 서점 대상에 뽑혔다. 정말로 기쁘다.
[츠바키 문구점]은 결코 화려한 얘긴가 아니지만 책장에 줄곧 꽂아두고 싶은 책이라고 편지를 써 보낸 독자도 있었다. 내게는 너무나 의미 깊은 작품이다.(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