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탐욕의 인문학 - 그림속으로 들어간
차홍규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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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예술은 관음이다. 예술가는 대상을 엿보는 관음증자이다. 예술가가 그리는 대상은 당대의 욕망과 탐욕을 투사한다. 화가가 그리는 욕망의 소재는 관객이 선호하는 영원한 주제인 사랑에 닿아 있다. <악의 꽃>을 쓴 시인 보들레르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에겐 인간의 내부에 도사린 신을 향한 상승하는 욕망과 이성을 향한 하강하는 쾌감의 상반된 양면이 있다.”

 

예술가의 관음적 투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팜므 파탈과 옴므 파탈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제각각의 이미지와 메시지로 포장돼 왔다. 그리스로마시대의 팜므 파탈은 신의 존엄과 인간의 한계를 나쁜 여자 특유의 성적 메타포로 드러낸다.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는 칼립소와 키르케, 당대 로마 남성들의 욕망으로 자리 잡는 프리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는 그 치명적인 유혹에 매혹된 남자들의 엇나간 성적 욕망의 희생자들이다.

 

  

  

 

신도 질투한 절대적 아름다움으로 인해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을 유발했던 절세미인은 바로 헬레네였다. 눈부신 미모로 아름다움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그 어떤 남성일지라도 이 무기에 저항할 수 없음을 증명한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헬레네, 그래서 오스카 와일드는 아름다움을 능가할 가치란 없다. 천재의 한 형태이고 그것을 설명할 필요가 없으므로 천재보다 더 고차원적이다<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아름다움은 권력임을 주장했다.

 

악녀의 화신 바토리 에르제베트는 처녀의 피로 샤워를 하고 남은 시체는 신부를 불러 정식으로 장례를 치러주었다. 중세시대 때는 기독교 신앙에 의해 성 표현이 억압되면서 팜므 파탈의 이미지는 철저한 남성중심의 가부장사회를 어지럽히는 요부의 이미지가 된다. 세레 요한의 목을 취한 살로메와 삼손을 유혹한 데릴라, 다윗 왕의 선정을 어지럽힌 밧세바가 중세의 시대정신에 희생된 팜므 파탈들이다.

 

프랑스어 사디즘은 성적 대상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 쾌락을 얻는 행위를 뜻한다. 사디즘의 반대 성향인 타인에게 물리적이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성적 만족을 느끼는 마조히즘처럼 사디즘도 다양한 성향을 갖고 있는데 그 정도는 단순히 상대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그것을 즐기는가벼운 정도에서 상대가 직접적인 폭력이나 고문을 당하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는정도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아그리피나는 로마의 폭군 황제인 네로의 어머니로 유명한 여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권력남을 침대로 끌어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페세누스 크리스푸스와 결혼하였으나 1년 만에 죽자 두 번째 남편인 아헤노바르부스와 재혼하여 아들 네로를 낳았다. 오누이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 칼리굴라의 행위에 치를 떨었다. 삼촌인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가학 성애자였다. 클라우디우스와 결혼한 아그리피나는 황제가 버섯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용해 독살하였다. 아들 네로로부터 유배를 당한다. 그후 네로가 보낸 자객들로부터 참살을 당한다.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에 그려진 46가지 그림의 주제는 한마디로 사랑에 이르는 46가지 러브로망이다. 그 길이 팜므 파탈의 치명적 유혹이든, 금지된 사랑의 욕망이든, 권력욕으로 빚어진 복수의 사랑이든 사랑은 그렇게 지고지순과 치명적 광기 사이에서 예술가를 유혹한다. 그런 그림은 대개 가장 완벽한, 환상의 세계에 대한 메타포다. 이 책에는 치명적이거나 다소 인상이 찌푸려지는 그림도 있지만 지금까지 본 그림들 중에서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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