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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는 숙녀 ㅣ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평점 :
노노미야 쿄코는 뚱뚱해서, 못생겨서, 병약해서라는 이유로 친구 집단에 표적이 됐다. 중학교 2학기가 시작되고 빈혈로 학교를 며칠 쉬었을 무렵부터였다. ‘빨리 죽어’ ‘빈혈돼지녀’ 등 교과서에 낙서를 하기도 한다. 동갑이고 미인인 이종사촌 ‘가모우 미치루’가 전학을 오게 되었다. 어느 날 쿄코를 왕따 시키던 미카가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미치루 덕분에 학교 생활이 편해지기는 하였다.
쿄코가 재생불량성 빈혈로 미치루의 골수를 받게 되어 건강을 회복했다. 서먹하던 사이가 많이 친해질 때 ‘차게 앤 아스카’의 앨범을 빌려준다고 하여 미치루 집으로 가던 날 아빠 노리오에게 성적학대를 당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못 본걸로 하라는 미치루의 당부와 함께 둘이 노리오를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한다. 13세 살 여중생이 어떻게 그런짓을 할까 정말 읽는데 기분이 별로였다.
남초 사회 속에서 승진도 밀리는 스트레스로 쇼핑 중독에 빠져 파산 직전까지 도달한 은행원 ‘사기누마 사요’는 고교동창 쿄코와 사촌 미치루를 만나 가계 컨설턴트를 받는다. 미치루가 쿄코의 집에 며칠 머물기로 하였다. 쿄코의 남동생 노노미야 히로키는 어릴 때 몇 번 만난적이 있는 사촌 누나에게 마음이 끌린다. 대학 졸업을 하고 여든아홉 개나 되는 회사의 입사시험을 치렀지만 한 군데도 합격하지 못했다. 아빠 다카유키가 회사를 그만두고 산업폐기물처리업 회사를 세웠다. 히로키는 가업 도우미로 용돈을 받으며 무시를 받기도 한다.
정리해고를 당하고 다른 직장을 찾지도 않으면서 2년 동안 소설가가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 많은 후루마키 요시에는 미치루를 만나 상담을 받는다. 노노미야 쿄코, 사기누마 사요, 노노미야 히로키, 후루마키 요시에. 그들은 미치루와 만남 이후 삶은 비극으로 물들어간다. 예를 들어 차명계좌를 만들어 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보험살인극을 벌여 높은 상담료를 받기도 한다. 눈에 가시인 사람은 남의 손을 빌려 살해를 서슴치 않는다.
미치루가 늘어놓은 별다른 의도가 없어 보이는 말들이 독이 되어 스며들었지만, 오히려 건강해졌다고 믿고 있다. 실행범이 자각하지 못하는 교사를, 과연 범죄라고 부를 수 있을까. 완전범죄. 미즈모토는 그 네 글자를 떠올리고는 소름이 돋는다. 그런 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말이라고 지금까지 믿어 왔지만, 가모우 미치루의 존재야말로 그것을 대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p356)
가모우 미치루 어릴 때 받은 아동학대 때문에 희대의 악녀가 되었다는 말인가. TV와 신문은 가모우 미치루 얼굴을 공개하고 범상치 않은 범죄자에게 화려한 수식어를 붙였다. 희대의 악녀, 현대의 인형 조종사, 악마라 불렸다. 그녀의 범행 수법은 교묘함과 잔인함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우선 생활 플래너로서 사냥감에게 접근해, 악마 같은 매력으로 사로잡아 버린 뒤, 스스로 손을 더럽히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고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런 반전이라니 ‘악날한 인간’이라고 별명을 하나 더 붙여 주어야겠다.
[비웃는 숙녀]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야미스 소설이다. 이야미스란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주요 소재로 삼는 일본 추리소설의 한 장르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음습한 심리를 섬세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해, 읽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찝찝해지는 것이 그 특징이다. 지금껏 다양한 테마의 미스터리로 독자들을 설레게 한 시치리가 이 장르에 도전한다.
이야미스라는 것을 알고 읽었지만 역시나 충격이었다. 속편을 예시하는 ‘이번에는 누구를 어떻게 낚을까’ 하는 대사를 남겼다. [또다시 비웃는 숙녀]가 일본에서 출간되었고, 국내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