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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시간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와타나베 쓰네조의 딸이 유괴되었다. 엄마인 미키코가 등하교를 시켜주었지만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버스와 전철을 타고 통학을 하였다. 늦어도 7시를 넘기지 않는 미카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쓰네조는 아버지 일을 돕다 와타나베 토건을 설립하여 지자체, 경찰 등 정계의 조정자로 이름을 떨치는 인물이었다. 마운트후지 골프 클럽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여고생 미키코의 미모에 반해 전처와 이혼하고 아내로 맞았다.
전화벨이 울리고 쓰네조가 받으니 끊어졌다. 저녁 8시 두 번째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받았다. 1억 엔을 신권이 아닌 구권을 준비하고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 단 한 번뿐이다.” 이 말을 남긴 범인의 목소리는 50대, 어디서 들어본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쓰네조 큰형 리이치는 경찰인 모리타의 부하이기도 하지만 이 사건에 끌어들이지 않기로 한다. 형제끼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현금 1억엔을 준비했지만 범인에게 돈이 전달이 되지 못하고 다음 날 죽은 미카를 발견한다. 쓰네조는 친분이 있는 형사에게 딸이 언제 죽었느냐를 강조를 한다
26세의 고바야시 쇼지는 리얼타임을 몰고 ‘아부라’를 따러 하야미 임도로 갔다. 미카를 발견하고 지갑에 돈만 훔쳐서 집으로 도망을 쳤다. 여자가 쓰러져있었다는 말에 엄마는 경찰은 안 된다고 하였다. 절도 사건으로 세 번이나 경찰 신세를 졌기에 말렸던 것이다. 만약에 신고를 했다면 쇼지의 운명은 바뀌었을까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자의 분노를 모리타는 자신과 경찰이 아니라 범인에게 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범인이 강에 1억 엔을 떨어뜨리라고 지시한 시점에 이미 와타나베 미카를 살해했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즉, 미카의 사망 시각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p92
미카의 소지품에 쇼지의 지문이 발견이 되자 체포하여 돈 1억엔을 요구한 쓰레기, 어떻게 소녀의 목을 졸렸느냐 윽박지른다. [조작된 시간]은 사건이 발생하고 취조하고, 검찰에 송치, 1심 재판에 이은 항소심 재판까지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놓는다. 취조 과정에서 쇼지의 범행과 자백은 소녀의 사망 추정 시각에 대한 진술은 취조 형사에 의해 조작되고 계속하여 뒤집힌다. 저자인 사쿠 다쓰키는 현직 변호사라는 이력이 빛을 발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1, 2부로 나누어져 있다. 2부에서는 국선 변호사인 가와이 도모아키가 항소 사건을 맡게 되었다. 1심 판결이 신문에 실렸던 게 뭔가 석연치 않은 사건이라고 생각했었다. 몸값 요구가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고, 수법으로 보아 두뇌형의 유능한 범인일거라 생각했는데 어수룩한 젊은이였기 때문이다. 기록열람실에서 재판 기록들을 되짚어가며 이건 누명을 쓴 것이라고 하였다. 교도소에 있는 쇼지와 접견을 하고 무죄라고 말을 했지만 재판 결과는 ‘원판결을 파기한다’가 되었다. 쇼지는 무죄를 밝히려고 애써 준 변호사에게 사형만은 면했으니 괜찮다고 오히려 힘내라고 한다. 범인이 누군지 아는데 왜 체포를 안하는 걸까? 지금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법치주의란 국민들이 법을 지키라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나라를 운영하고 국민을 통치하라는 뜻이라는 어느 정치인의 말을 인용하며서, 법이 만인 앞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그날까지 깨어 있는 국민이 될 것을 스스로 다짐해본다.(옮긴이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