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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읽는 순간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ㅣ 푸른도서관 83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314/pimg_7583281442479695.jpg)
열여섯 살 주영서, 황금연휴를 앞두고 처음 알게 된 고모집으로 오게 되었다. 동갑내기 연아와 한방을 썼다. 연아도 영서처럼 외삼촌, 고모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고모는 외동으로 알려져 시댁 식구가 아는 것이 불편하고 조마조마 하다. 파라다이스 모텔에서 생활하던 엄마는 무슨 일이 있으면 고모한테 전화하라고 번호를 알려주었다. 고모는 이모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
이모는 남편의 빚으로 어려워진 형편이지만 조카 영서를 데리고 온 것은 자존심 때문이었다. 식당에 하루 휴가를 내어 영서를 데리고 왔는데 비를 맞아서인지 몸살이 왔다. 사장에게서 쉬는 김에 푹 쉬라는 해고 통지를 받는다. 이모부는 고향으로 내려가자고 한다. 영서는 중3이니 졸업식을 마치고 이모를 따라 가든지 고모집으로 가겠다고 남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룸 보증금을 빼는 바람에 다시 모텔로 돌아가게 되었다.
진교가 일하는 편의점에 자주 눈에 띄는 여학생이 영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컵라면을 사주니 밥값 한다면서 청소를 하더니 보름만에 와서 바나나우유를 사주고 사라져 버렸다. 진교는 자신처럼 어딘가 그늘이 있어 보이지만 애써 명랑한 여자애를 주인공으로 그리기로 한다. 웹툰 제목은 ‘너를 생각해’ 로 정했다.
손정애 선생님은 서가 안쪽에 몸을 동글리고 앉아 있는 영서를 발견한다. 아이의 손에는 노트가 들려 있었는데 필사 노트가 아닌 일기장 같았다. 마감 시간에 모른체 나두면 안되냐는 아이의 눈망울에서 이해하기 힘든 어떤 절실함을 느꼈다. 한달 후 대설 주의보가 내린 날 옷을 얇게 입은 영서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딸 유리와 같은 학년인 영서에게 옷을 입혀주고 밥을 차려 주었다. 선생님은 딸 유리와 둘이 살고 있다. 영서의 거처가 모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라다이스 모텔 주인은 “전엔 엄마하고 같이 있었지. 제 엄마 기다린다는데 어쩌겠어. 연말까지 기다려보고 안오면 고모네로 가겠다고 했지”
소란은 “우리 집에 엄마 없어” 하던 영서의 고백에 “우리 엄만 이혼할 거래” 말을 해버렸다. 영서는 모텔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내가 거기 있어야만 엄마가 돌아올 것 같아서. 아파서 더는 못 견디고 돌아오게 될 것 같아서.” 소란은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너랑 나를 비교하게 되었고 너보다 내가 열 배는 더 낫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 ㅇㅇ동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화재는 거의 진압되었으나, 화재 사실을 모른 채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많아 인명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상자들 가운데에는 장기 투숙 중인 중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p154
‘너를 읽는 순간’은 영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모집 연아, 이모, 편의점 아르바이트 진교, 사서 손정애 선생님, 같은 학교 친구 김소란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부모님이나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고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미소 짓는 영서를 세상은 외면하지 않을 것인가? 영서가 무사하기를 바라며 책을 덮는다.
세상의 수많은 영서들에게 말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결말이 결코 비극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늦지 않게 달려갔을 사람들의 그 마음이 영서 곁을 지켜 줄테니까요. 너를 ‘읽는’ 순간이 너를 ‘잃는’ 순간으로 흘러가 버리지 않도록, 더 늦기 전에 주변의 ‘너’에게 다정히 손 내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