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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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는 최고의 요리로 손님을 행복하게 하고 싶은 남자와 사랑 없는 세계인 식물에 빠진 여자와 사랑을 할 수 있을지를 흥미롭게 전개되는 식물학 로맨스다. 이 책으로 일본식물학회는 작가에게 식물학 공헌자에게 수여하는 특별상을 수여했고, 옮긴이는 유전학에 대해 과외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사랑의 라이벌은 인간이 아니라 풀이었습니다

 

양식당 엔푸쿠테이입주 종업원 후지마루는 조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두 번만에 취직이 되었다. 주인 쓰부라야는 고집스럽고 난해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요리에 대한 자세와 솜씨는 확실하고 음식의 맛이 매력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다섯 명이 팀이 된 손님들은 엔푸쿠테이 가까이 있는 국립 T대학의 교수와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T대학에 배달을 가면서 발뒤꿈치가 예쁜 그녀 모토무라에 반하게 된다. 은테 안경을쓰고 성실의 차림새를 하고 있지만 인상은 살인 청부업자 같은 검은 양복 차림의 교수 마쓰다 겐자부로’, 연구원 가와이’, 포닥 이와마’, 대학원생 가토등 마쓰다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연구실에서 열흘에 한 번 정도 배달 주문을 한다. 배달 그릇을 찾으러 갈 때 모토무라는 애기장대라는 식물의 잎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실험실을 보여준다. (애기장대를 검색해보니 배추 어린 싹 같기도 하다. 식물의 유전적 연구에 주로 사용되는 모델 식물. 유전적 연구, 식물 발달 및 생리학 연구에 주로 사용되는 배추과의 모델 식물로, 작고 하얀 꽃을 피운다.)애기장대의 잎을 사랑스러운 듯이 손끝으로 쓰다듬는 모토무라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였다. 사흘 뒤에 후지마루 씨의 마음에 응할 수 없다고 하였다. 사귀는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랑 없는 세계의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고 싶어서라는 이유였다.

 

식물에는 뇌도 신경도 없어요. 그러니 사고도 감정도 없어요.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환경에 적응해서 지구 여기저기에서 살고 있어요.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p96)

 

후지마루는 연구실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지며, 모토무라가 고민에 빠질 때 명쾌한 대답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마쓰다가 대학원생일 때 원생림으로 여행을 떠났던 친구 오쿠노가 추락사 하였다. 자신이 부생식물 사진을 부탁했었는데 벼랑에서 사진을 찍다 절벽에서 떨어진게 아닐까 죄책감에 살고 있다고 한다. 실의에 빠져 있는 마쓰다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오쿠노가 나타난다. 오쿠노가 죽은지 49일 되는 날이었다. 모토무라와 가와이는 교수와 오쿠노의 돈독한 우정을 생각하며 감격을 하려는데 과학적으로 유령의 존재를 실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기장대는 정해진 수의 세포로, 정해진 크기의 잎사귀만 만든다. 아기장대의 열매는 가늘고 긴 콩깍지 같은 형상을 하고 있고, 씨앗은 그 속에 들어 있다. 모양은 럭비공을 닮았는데 크기는 작은 모래알 정도다. 애기장대는 때가 차면 파종한 순서대로 일제히 열매를 맺는다. 그 많은 애기장대로부터 핀셋으로 작은 씨앗을 채취해서, 잃어버리거나 다른 것에 섞이지 않게 에펜 튜브에 담아야 하는데, 그건 눈을 매우 피곤하게 하고 어깨를 결리게 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알아가기 위하여 연구자로서 살아갈 거다. 모토무라가 식물과 사랑에 빠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많다.

 

후지마루의 별명은 후라마루에서 후라후라마루로 진화했다. 같은 사람에게 두 번 고백하고, 두 번 다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모토무라 마음은 식물의 것이다. 후지마루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사람, 식물을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것을 후회는 하지 않았다. 후지마루는 모토무라와 만나고 나서 세계가 달리 보였다. 요리에서 사용하는 채소는 아름답게 빛나고, 도시의 풍경도 눈에 머문다. 후지마루의 세 번째 고백을 응원한다. 식물학, 유전학에 대해 잘 알지 못 하지만 보통의 연애 소설이 아닌 식물학 로맨스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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