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의 시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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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도덕의 시간]은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재일 교포 오승호의 화려한 데뷔작이다.

T현 나루카와에서 도예가로 유명한 아오야기 후미이치 일명 난보 선생의 장례식에 왔다. ‘후시미 유다이는 난보 선생을 잘 알지 못하지만 아내 도모코가 존경하는 선생님이어서 같이 참석을 했다. 나루카와시를 대표하는 명망가 아오야기 집안의 요청으로 본가에서 장례도 치르고 경찰은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도모코의 고향인 나루카와에서 아들 도모키를 키우고 싶다는 아내의 뜻을 따르게 되었다. 프리랜서 영상 저널리스트인 후시미는 일본 전국을 돌아다녔고 짬이 날 때만 도모키와 시간을 보냈다. 마을에서 정례 모임이 있는데 처음 참석할때는 외지인 취급을 받아 자네는 모르네라는 말을 들었지만 따라잡을 수 있게 된 것은 도모코 덕분이다. 마을에서 악의적인 경범죄가 연이어 일어나자 자경단을 만들어 순찰을 돌기로 한다.

 

초등학교에서 기르는 토끼를 도로 한가운데 버려놓고 생물 시간을 시작합니다적혀 있고, 아이를 철봉에 매달았는데 철봉에는 접착제가 발려 있으며 아이 등 뒤에는 찢어진 노트에 빨간색 크레파스로 체육 시간을 시작합니다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조사가 끝난 난보 씨 집안에서는 도덕 시간을 시작합니다. 죽인 사람은 누구?’라고 적혀 있었다. 스릴러 영화를 보면 화장대나 화장실에 낙서를 하는데 글만 읽어도 소름이 돋는 건 왜 일까.

 

후시미의 작품 <아프리카 람보>로 다나베의 영향으로 방송 협회 신인상을 받았다. 집에 틀어박혀 있을 사람이 아닌데 6개월이 넘게 무직인 상태이다. ‘우치노 사토미가 사라져 버린 사건으로 다시 일어설 수 없었다. 오사카에서 제작사를 운영하는 다나베에게 일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13년 전 나루카와 제2초등학교 사건을 다룰 다큐 감독 오치 후유나라는 여자와 함께 왔다.

 

피해자 마사키 쇼타로는 초등학교의 교사로 정년퇴임을 하고 전국으로 강연을 다녔다. 그날도 모두 함께 살아가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그의 제자였던 24무카이 하루토의 칼에 찔려 사망하였다. 5학년, 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충격이 컸다고 한다. 무카이는 범행 이유를 이것은 도덕 문제입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였으며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오치가 찍을 영화 제목은 퀘스천 오브 모럴리티 Question of Morality’ 도덕의 문제라고 하였다.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의 학생과 주민들을 모아서 증언을 들으며 영상을 찍었다. 후시미는 증언자들을 촬영하면서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의 연결고리에 빠져든다. 무카이는 평소 조용했다. 문학 소년 같았다. 매사에 초연했다. 등 멋들어진 평가도 있었다. 그런 그가 왜 범행을 저지렀을까 읽으면서 의문을 찾기에 바빴는데 무카이 가족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교도소에 있는 무카이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가 OM에 출연을 하는 것이 확실한지 작품의 핵심을 숨기는 오치에게 강하게 하지는 못해도 후시미는 QM 자체에 끌리고 있었다. QM 촬영을 하면서 난보 사건도 다시 살피게 된다.

 

이럴수가 오치의 정체가 밝혀진다. 읽으면서 조금 의심은 했었다. 설마가 사람을 잡았네 소리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무카이의 범행 동기는 상상을 못했다. 한 가지는 말을 할 수가 있다. 무카이가 복수하려고 한 건 마사키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운명이었다는 것을...

 

나가노현 교도소 앞.

남자는 걷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향해 단풍이 비치는 길을 천천히, 서두르거나 망설이지 않는 걸음걸이로. 당신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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