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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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볼 때 먼저 서문을 읽고 차례를 읽어보고 구입 또는 대출을 할건지 정하기도 한다. 요즘 책들은 서문이 너무 길다. 그럼에도 내용이 요약 되어 있는 책이 많이 있으니 서문을 안 읽을수 없다. 박완서 작가의 모든 책은 소설, 산문, 동화에 수록된 서문 및 발문 67편과 작가 연보, 작품 연보, 작품 화보가 수록되어 있다.

 

정이현 작가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주 가까이 여기에 계신 듯 책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최은영 작가는 40년 동안 작가 생활을 하신 선생님께서도 글 앞에서 때로는 주저하셨음을, 슬퍼하셨음을, 고독하셨음을,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절망을 느끼셨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읽었던 책 다음에 읽을 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선생님 책을 몇 권 읽어봤다고 하지만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60여 권의 서문과 발문을 즐겁게 읽어보게 되었다.

 

나는 처녀작[나목]을 사십 세에 썼지만, 거의 이십 세 미만의 젊고 착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썼다고 기억된다. 그래 그런지 그것을 썼을 당시가 6년 전 같지 않고 아득한 젊은 날 같다.

나목은 여성동아 장편소설 모집에 응모하여 당선되었다. 습작 기간을 거치지 않고 한번에 당선된 작품이지만 독자의 사랑만큼 기쁘고 대견한 대접은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전집을 내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책꽂이에서 헌책들 사이에 찾아낸 초판본이 낡아 있었고 너덜너덜한 표지를 들치니 원태 간직하거라. 엄마가자신이 쓴 필적이 나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단다. 원태는 죽은 아들이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이 상상이 가는지...[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선생님의 작품 중에는 625때의 체험은 하도 여러 번 울궈먹어서 그 당시 어떻게 지냈나는 많이 알려진 셈이다. 일기를 쓴다고 해도 지난 일을 상세히 기록 한다는 것은 어려울거 같은데 대단하시다. 그리고 독촉도 하지만 변함없는 애정을 기울여주시는 출판사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인사도 잊지 않으신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14후퇴 당시의 피난길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로 책은 안 읽었더라도 드라마는 봤었다. 이 소설은 82년 한 해 동안 꼬박 한국일보에 연재했었다. 연재가 끝나고 단행본이 나올 무렵 KBS<이산가족찾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다. 우연치고는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이 신기하다. 나도 기숙사 생활할 때 TV를 시청하다 울었던 기억이 그때로 돌아가 보았다.

 

 

 

서문과 발문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선생님의 작품을 펴내고 개정판을 내기도 한 출판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독자들이 선생님의 소설이 쉽게 읽힌다고 말하는 것이 쓸쓸하다고 한다. 쉽게 읽힌다고 쉽게 쓴 줄 아는 소리를 들으면 슬퍼지기까지 한다. 수다로 일관돼 있으니 하루나 이틀쯤 걸리지 않았겠느냐고 걸린 시간까지 추측들을 한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에세이는 80세에 쓴 마지막 작품이다. 그 연세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셨다니 진정한 작가님이시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自閉)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p164)

 

박완서 선생님의 모든 책을 알게 되어 기쁘다. 장사가 안되는 시기에 출판사 걱정을 하는 작가의 마음이 엿보이고, 글자 한 구절마다 따뜻한 엄마의 손길 같다.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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