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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사과의 마음 - 테마소설 멜랑콜리 ㅣ 다산책방 테마소설
최민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126/pimg_7583281442428286.jpg)
이 책은 ‘우울 또는 비관주의에 해당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라는 멜랑콜리 테마소설이다. 누구나 한번쯤 우울해지고 헤어날 수 없는 감정에 빠지기도 한다. 이 책에 담긴 여섯 편의 이야기를 읽어낸다는 것은, 노랗고 파란 항우울제를 꿀컥 집어 삼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리라 정신과 의사는 추천사에 말한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읽고 살아갈 힘을 되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보라색 사과의 마음’ 에서 동생 은주를 차 사고로 잃은 은영은 수영장에서 눈에 빛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 때문에 증상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소견을 듣고 스트레스일까 짐작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을 겪고 있다. 사고를 친 남자는 사귀던 여자가 헤어지자는 말에 돌변하여 그 여자를 향하여 돌진하는데 골목에서 은주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프랑스 작가 이사벨 작품을 번역을 하면서 그녀의 글에 감동을 받게 된다. 자신이 언제까지 이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지만 어느 것이 빛이고, 어느 것이 눈송이인지, 눈물이 고여 있는 운영의 눈에는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알폰시나와 바다’ 에서 ‘나’는 포르투갈 여행중이다. M이 운영하는 북카페에 K와 J 네 명은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은 죽고 싶지만 죽는 게 두려워서 죽지 못하는 사람들 모임이었다. 모임은 얼마 가지 않아 흩어졌고, J는 바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한다. 여행 중 루이스 다리 아래층으로 누군가 쿵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다.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일을 겪은 ‘나’는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다른 풍경이 그리워서 사진기를 열어 보니 다리가 찍힌 마지막 사진에 서쪽을 바라보는 그 남자가 찍혀 있다. J를 생각하며 그들의 손을 잡을 것이다. 절대 놓치지 않게(포르투갈에서의 이야기는 작가가 겪은 일이라고 한다)
‘그다음에 잃게 되는 것’에서 운주와 경조는 딸 정아를 잃었다. 두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불안하여 수면유도제와 항우울제 처방을 받았으나 운주가 복용을 거부했다. 환자 취급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운주는 늘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온갖 물건을 집안에 모아두는 운주의 행동을 보며 경조는 운주 마저 잃을까 불안해 한다.
‘귀’에서 여관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뚱뚱한 거구에 귀머거리였다. 귀가 작다는 이유에서지 진짜 귀머거리는 아니다. 누군가는 작은 귀를 보고 운이 없다면서 개종을 권유하기도 했었다. 대학을 휴학한 예지는 자기의 사이즈보다 한 치수 작은 바지를 입는 인간을 데리고 여관을 오곤 했다. 오래 만나는 것보다 짧게 만나는게 좋다는 예지는 담배를 피우며 학교로 못 돌아가겠지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솔직히 ‘귀’는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당신을 가늠하는 일’에서 미듬은 자신이 운영하는 동네 빵집에서 해운을 만난다. 기형도의 시집을 들고 주말마다 찾아온다. 난독증이 있다고 하는 해운은 오후 4시의 희망을 읽는다. 미듬의 빵집에는 흔한 팥빵은 없고 파운드 케이크만 만든다. 해운은 매주 방문하다가 두어 번씩은 소식이 없었다. 미듬이 다니는 수영장에서 횡단이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해운은 수영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며 심야 버스를 타고 어느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눈빛이 없어’의 희곤은 지도교수 추천으로 M군의 전문대에서 교편을 잡는다.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방을 소개해준 부동산 중개인 준모와 집주인 우재를 만나게 된다. 우재는 우주의 측량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평상에 반듯이 누워 무엇도 하지 않는 시간이 길었다. 집 안에서 굉음을 듣는다. 오버홀이라는 장비를 점검 중이라고 하였다. 준모와 우재가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할 때 겪은 이야기를 듣는다. 신입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다. 희곤은 가족과 겨울 휴가를 떠나면서 젊은 노동자 사망 기사를 보고 엣날 우재의 눈빛에 관해 생각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