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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 번 죽었습니다 - 8세, 18세, 22세에 찾아온 암과의 동거
손혜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평점 :
한번도 아닌 세 번이나 죽었다니 제목이 슬펐다. 1987년생인 저자는 8세에 소아암, 18세에 희귀암, 22세에 희귀암 재발을 겪은 세 번의 암과 세 번의 수술을 받고 지금까지 투병중이다. 사람은 한번 태어나고 죽는데 “당신은 몇 번 태어났어요?” 물으면 “네 번 태어났어요”라고 대답할 것이라 한다.
태어날 때부터 건강한 아이는 아니었고 잔병치레가 잦았다. 소아암 전조증상으로 아침밥을 먹을 때만 아프던 배가 저녁밥을 먹는 중에도 아프고 통증이 왔다. 여덟 살 때 소아암, 신경아세포종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초등학교는 2학년 때 한 번 3학년 때 몇 번 출석하고 4학년부터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적응을 못했다. 항암치료를 받고 정기검진을 하다보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였다.
투병생활이 길어지면서 병원비를 학교에서 모금을 하면서 어른들과 또래의 동정 어린 시선이 힘들었다. ‘아픈아이’ ‘불쌍한아이’로 취급을 당하면 상처를 받았다. 학교에 가기 싫어서 안간다고 하면 엄마는 보내려고 하고 아빠는 왜 가기 싫은데 보내느냐며 싸우는 날이 많았는데 ‘아 학교에 안가면 바보가 되는구나’하고 처음 안 사실을 새겼다.
늘 혼자였던 저자는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가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중학교 입학해서 먼저 손을 내밀며 ‘나랑 친구 하지 않을래?’ 하여 지금까지 친구가 되었다. 8살에 앓은 소아암이 중학교 2학년에 완치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감기처럼 병이 낫는 거였다니! 생각했다.
고등학교 2학년 기말고사를 앞두고 속이 답답하고 토기를 느껴 화장실로 달려가는 날이 있었다. 방학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아버지는 결과를 말해주지 않고 수술 하루 전에 입원하자고만 하였다. 조직검사에서 종양은 악성이었고, 세 번째 검사 결과에서 GIST(위장관 기질종양)일반암이 아닌 희귀암이었다.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만 하고 항암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어 정기적으로 재발여부만 검사하면 된다고 하였다.
수술을 할 때 소변줄을 꽂는다. 며칠은 못 일어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인데 소변량과 색깔을 체크 하기 위해 다른 통에 담아서 숫자를 적는다. 간호하는 사람은 잠을 자다가도 깨어서 소변을 비워야 한다. 나도 수술을 할 때 그게 제일 민망하였고, 다른 볼일을 위해 침대에서 무리하게 일어난 적이 있다. 저자는 아빠가 소변량을 재고 비운다는 것에 미안함과 모멸감을 느꼈다는데 공감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 정기 검진에서 병이 재발하였다. 재발 이후 소아병동에서 종양내과로 차트가 이전하여 수술을 받고 항암제 먹는 약으로 처방을 받고 지금까지 복용중인데 부작용이 만만찮아 책을 읽는내내 마음이 짠하다. 수술 후 1년 9개월 만에 종양이 커져서 또 수술을 권유받았다. 폐에 새로운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저자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의학적으로 완치되었습니다.”라는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내 생명의 이야기에 설레고, 오늘 살아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p275
나의 경우 이번에 고관절 뼈이식 수술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수술하고 2년 반이 지났는데 또 수술이라니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결정적으로 입원 하루 전에 취소를 하였다. 사전 검사할 때 걸린 감기는 왜 그리 낫지 않던지 수술 하지 말라는 운명이었나 생각이 든다. 병원에 가지 않아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