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왕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지음, 송섬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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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 가을, 스웨덴 스톡홀름 호수에 팔다리가 없는 시체가 떠오른다. 방범관 미켈 카르델은 파트부렌 호수에 사람이 죽어 있다는 부랑아들의 말을 듣고 오물이 모이는 더러운 호숫물에 뛰어든다. 동물 사체인줄 알았지만 팔다리가 절단된 시체는 조금도 썩지 않은 상태였으며 눈알이 없는 텅 빈 눈구멍에 찢어진 입술 안에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반면 머리카락에 광택이 남아 있었다. 시체를 물 밖으로 끌어 올린 카르텔은 심장이 빨리지고 맥박이 고동치는 팔꿈치 아래 통증으로 온몸을 괴롭혔다. 전쟁에서 한쪽 팔과 전우 하나를 잃고 돌아온 삼 년 전부터 공황발작이 생겼다.

 

영리한 머리에 끈질긴 심문으로 법관으로서 유명세를 떨치면서도 아내와 별거 중인 세실 빙에는 서른 살도 되지 않는 나이에 폐결핵을 앓고 있다. 호수에 발견된 시체에 대해 비밀리에 수사 해달라는 치안총감 놀린의 부탁을 받게 된다.

 

1793, 스웨덴 구스타브 국왕이 살해되고 러시아와 전쟁으로 고통과 절망의 시대를 표현하였다. 전쟁의 참상과 휴우증은 전염병에 쌓여가는 시체들, 호수나 거리에 분뇨가 쌓이며 불결한 위생 때문에 태어나자 마자 죽어가는 아기들, 살아난다고 해도 열병으로 죽고 만다. 매춘이 횡행하고, 여자들을 잡아다 교화소에 보내지고 강제로 노역을 시켜 굶주리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치안총감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고, 공금을 횡령한 죄를 사면 받은 울흘름이 후임자로 오면 수사가 안 될것이라 염려하고 있다. 빙에는 폐결핵 병세가 깊어져 죽음이 가까워지고 고통을 잊기 위해 일에 몰두한다. 카르델은 방범관 봉급 생활로 부족해 술집 지옥에서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손님들을 돌려보내는 대가로 부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전쟁의 참혹한 기억과 잘려나간 팔의 환상통으로 알콜과 싸움질로 세월을 보내던 중이다.

 

소설은 4부로 나뉘어, 1부와 4부는 빙에와 카르델의 수사를 다룬다. 2부와 3부는 각각 다른 인물로 사건이 생기기 전 봄과 여름으로 돌아간다. 크리스토페르 블릭스가 누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시작하여 순결을 지켰지만 매춘 행위로 롱홀맨노역장으로 끌려간 안나 스티나의 교화소 생활이 연관성이 없는거 같으면서 전개 되는 이야기가 너무 으스스 해서 긴장감을 주었다. 계속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지기도 하였다.

 

빙에와 카르델은 서로 다른 성격에 직업도 다르지만 자신들의 처한 상황을 나누며 차츰 우정 비슷한 것이 생겨난다. 과연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곳곳에 반전이 있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이 든다.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과 가을-여름--겨울 사계절로 나누어 사건을 파헤치는 것과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스웨덴의 시대 배경을 담은 역사소설 같기도 하다.

 

빙에가 가 닿을 수 없는 지점이었다. 저 멀리서 달을 보고 울부짖는 외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조지프 대처가 남긴 마지막 말이 떠올라 빙에는 몸을 떨었다.

당신이야말로 진짜 늑대입니다시간이 흐르고 당신의 이가 피로 벌겋게 물들고 나면 당신도 내 말이 옳았단 걸 알게 될 겁니다.’p390

 

빙에 씨, 제가 본 세상에서 인간이란 해로운 짐승, 힘겨루기를 하느라 서로를 갈기갈기 물어뜯는 피에 굶주린 늑대에 불과합니다. 노예가 주인보다 선한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힘이 약할 뿐입니다. 죄 없는 자들이 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악한 일을 저지를 힘이 결여되어서입니다. 파리가 피바다로 변하기 전에는 모두가 자유, 평등, 박애, 인권을 외쳤습니다. 지금 스웨덴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저는 기요틴에 참수당한 이들의 가죽을 벗겨 무두질해 인권선언문을 장정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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