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한국통사 - 다시 찾는 7,000년 우리 역사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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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선생님 역사서는 처음 읽어 보는데 책을 보는 순간 역사 교과서를 받은 학생이 되었다. 시험을 치지 않으니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안심이 되었다. 저자는 역사학자로서 한국사에서 뒤틀린 비밀스런 부분을 건드려왔다. 조선 노론이 나라를 팔아먹은 지 10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노론사학이 식민사학과 한몸이 되어 횡행하고, 중국의 역사공정에 의해 실재했던 우리 역사마저 축소되는 현실을 보면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540페이지에 300여 컷에 달하는 화려한 도판으로 읽는 새로운 한국사, 역사조작과 왜곡을 반복하는 시대에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독보적인 역사서다.

 

신석기, 구석기, 중국의 문명은 간단하지만 알기 쉽게 정리가 되어 있다. 위만조선이 붕괴한 서기전 2세기 무렵부터 열국시대가 시작된다. 삼국시대는 100년 남짓에 불과해서 고대사=삼국시대라는 틀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 열국시대->오국시대->사국시대->삼국시대->남북국시대로 바라봐야 한다.

 

고구려·백제·임나·신라 사신이 동시에 야마토왜에 조공을 바쳤다는 <일본서기> 응신 7년은 서기 276년인데, 주갑제를 적용해 120년을 끌어올리면 396년이 된다. 광개토대왕비문은 이해 광개토대왕이 백제 정벌에 나서 58700촌을 획득하고 백제 임금의 아우와 대신 10명을 데리고 개선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일본서기>는 야마토왜에 조공을 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왜곡이 심하다고 해도 역사서 전체를 거짓이라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래서 북한학계의 분국설이 나왔다. <일본서기>에 나오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에 대한 기사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이런 본국이 일본 열도에 진출해서 세운 분국, 즉 식민지에 관한 이야기라는 학설이다. 북한의 김석형이 1963<삼한 삼국의 일본 열도 내의 분국설에 대해서>에서 최초로 주장한 분국설은 일본 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일본 열도 내에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계 유적 유물과 지명이 전국 각지에 퍼져 있어 가야와 백제의 분국이 그곳에 있었다고 말해도 타당할 정도다.

 

이인직의 <혈의 누>의 내용은 청일전쟁 때 청나라 군사에게 겁탈당할 뻔한 조선 처녀를 일본군이 구해준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긴 이후인 1906년부터 <만세보>에 연재되었으니 대한제국을 빨리 점령해달라는 정치소설이었다. 이인직은 도쿄 유학 시절의 스승이었던 통감부 외사국장 고마츠 미도리를 만나 비밀협상을 수행했다. 나라 팔아먹은 한국인들에게 귀족의 작위를 주고 막대한 은사금도 줄 것이라고 말하자 이인직은 그런 관대한 조건이라면 이완용도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매국노를 선각자로 가르친 국사교과서가 우리 민족의 정신을 갉아먹었을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조선 전기는 천인들도 출세할 수 있는 사회였다. 왕권이 강력해도 신분제 자체를 없앨 수는 없었다. 그러나 태종은 천인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등용하는 방식으로 신분제를 완화시켰다. 박차청을 정2품 공조판서로 승진시켰다. 세종 때는 종3품 대호군까지 승진한 장영실은 동래의 관노였는데, 태종이 발탁했다. 현재 개봉한 영화 [천문]을 보아서인지 이 대목이 흥미로웠다.

 

다산북딩 8개월이 지나갔다. 마지막 서평책이 되다니 이 책을 신청하기를 망설였었는데 언제 신청을 해 두었는지 명단에 있었다. 병원에 입원할 기간과 겹칠뻔 했는데 무사히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역사라서 읽고 싶었고 역사라서 바쁠것 같았는데 선택을 잘한거 같다. 두고 두고 읽어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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