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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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직을 앞둔 베테랑 형사 이친전은 1년 전부터 안면인식장애로 유급 휴가를 냈다. 참을성이 강하여 한번 목표로 삼은 추리소설은 어떻게 든 손에 넣고, 재미 없는 소설일지라도 끝까지 읽는다. 이 참을성으로 한 남자를 쫒고 있다. 오인 체포까지 해버린 과거가 있어 여전히 휴대폰 속의 사진을 보며 동일인인지 구별하는 훈련을 한다.

 

약국 일을 하는 딸을 대신해서 어린이집 하원 하는 손자를 마중 가면 교사가 나무 할아버지 하며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 신호를 보낸다. 손자 나무가 우비 할배가 무섭다면서 잡아달라고 한다. 친전도 손자만 할 당시 망태 할아버지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다. 친전은 일주일째 매일 어린이집 앞 카페에서 잠복했다. 사위가 준 추리소설 여덟 권을 읽어치웠다.

 

50년지기 악우 김씨의 호출을 받아서 찾아간 곳에 노인이 살해당했다. 붉은 기와집은 지붕이 뻥 뚫려 있었다. 자신의 책에 깔려 죽은 줄 알았는데 이건 엄연한 살인이라고 친전은 생각했다. 구조 요청은 쏟아낸 책더미였다. 마포경찰서 공용차를 타고 정의정과 김나영 형사가 현장에 도착했다. 살인자는 책을 살해 도구로 사용했다. 여러 번 얼굴을 내리쳤기에 책에 피가 묻었다. 핏자국을 가리기 위해 책을 피해자 주변에 쏟아부었다. 숲으로 나무를 가린 격이다. 피해자는 나무가 무섭다고 말한 우비 할배기도 하였다.

 

김나영이 친전을 찾아와 현장에 있던 책 몇 권을 보여주며 누가 반전만 싹 찢어갔어요.”해서 뒤 표지부터 거꾸로 책장을 넘기니 정말 반전이 없었다. 피해자의 손금이 십자가 모양으로 가로지르는 사진을 보여준다. 박정희 손금이다. 재난을 당해도 행운의 소유자인데 이렇게 처참한 꼴이라니 친전은 백수풍진白首風塵~ 늙바탕에 겪는 세상의 어지러움이나 온갖 고생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린다.

 

친전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위에게 피해자의 손금과 등에는 부처 문신을 새겼고, 추리소설 애호가이니 사람을 한 명 찾아달라고 하였다.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책이 살해 도구 옆에 나란히 뒀을까 의문을 가지게 된다. 친전은 김나영을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으로 알아보는데 선배님이라고 인사를 건네며 불편한 것을 감싸주며 어디든 같이 다닌다.

 

파주출판단지에 화이트펄을 찾아갔다. 손금과 문신 이야기를 하자 백진주 사장은 피해자가 김성국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범인으로 짚이는 사람은 예전 리문 출판사 사장 이문석 같다고 말한다. 20년 전, 2억 엔이라는 돈을 들고 야반도주를 하였다는 것이다. 피해자 김성국과 이문석, 배만석회장은 도원결의를 할 정도로 우에가 좋았는데 IMF를 기점으로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배회장이 형사들을 만나고 온 다음날 살해되었다.

  

  

 

친전은 살해당한 배만석과 같은 포즈로 누웠다. 가슴 위, 기도하듯 두 손을 포개 쥔 후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은 멀쩡했다. 김정국이 쓰다만 추리소설 <판권 페이지 연쇄살인 사건> 원고를 찾고 있었는데 감쪽 같이 없어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독립출판을 했는지 알아보아도 책은 출판이 되지 않았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 사장 변수창이 살해되었다. 만석 출판에 근무한 적이 있었고 장소는 예전 이문석이 살던 집이었다. 피해자들 모두 우비를 입고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되었다. 만석 출판에서 펴낸 추리소설 판권 페이지를 펼쳐 보면서 관계되는 사람들이 하나씩 변을 당하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또 다른 살인 사건들과 맞닥뜨리고 마침내 20년 전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다. 반전 페이지만 찢어놓고 그 책을 살해 도구로 삼은 추리소설을 싫어하는 살인자와 안면인식장애 형사의 심리전, 특히 김나영과 친전의 케미가 잘 어울려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안면인식장애는 사랑하는 사람, 심지어 자기 자신의 얼굴조차 낯선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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