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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ㅣ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1
황운하.조성식 지음 / 해요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를 읽게 되었다. 얼마 전 백모 검찰 수사관 자살사건으로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뉴스 채널을 켜면 몇 번이고 나오는 사건이다. 정의로운 사람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직장인, 부모님, 청소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책을 냈다. 소신으로 정평이 나 있다. 뚝심이 대단하다.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시정을 줄기차게 요구한다. 아웃사이더에 대한 응원, 소인배를 불편하게 만든 문제적 인간, 이단아라고 하지만 정작 책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추천사에 쏟아진 말들이다.
이 책 1부는 검찰과 부딪쳤던 ‘투쟁의 역사’ 2부는 ‘잊지 못할 사건’ 3부는 성장과정 ‘가지 않은 길’ 4부는 공동저자인 조성식 기자와의 문답식 대화가 담겨 있다. 저자는 책을 낸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고, 수사구조 개혁으로 국민 모두 정의로운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자신감으로 신념과 단상을 정리하였다.
박모 법조브로커에게 돈을 받은 검사, 판사에 대해 부적절한 거래 의혹을 파헤쳤다. 용산 윤락가 일대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구속된 윤락가 업주들은 벌금형으로 풀려나는데 손을 쓴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계급정년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급에서 일정기간 이상 진급을 하지 못하면 나가도록 하는 제도다. 총경이 된지 5년이 되면 서울권 경찰서장 자리가 돌아오는데 민정수석실에서 승진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검찰과 껄끄러운 사람의 승진을 막는 것은 명백한 권력남용이었다.
황운하청장이 권총을 사용했던 용주골 사건은 여중생 가출소녀 신고에 비롯됐다. 세 번째 실탄을 쏘면서 150명을 체포했다. 포주 한 명을 혼을 내주었는데 폭행죄로 고소하겠다고 하여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체포된 사람들을 풀어주었다. 미국 여대생 살인사건, 거마 대학생 다단계 사건, 디도스 공격 사건들이 있다. 고래고기 환부 사건은 경찰이 압수한 불법 고래고기를 검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유통업자들에게 돌려준 사건이다. 저자가 울산청장 시절 의욕적으로 지휘했던 이 사건 수사에 대해 검찰은 비협조적 자세로 일관했다.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현금과 갈비 세트, 골프 접대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사건은 영장이 거부 되어 보니 동생이 현직 특수부 검사였다. 백(back)을 이용해 빠져 나가려는 일은 야비한 짓이다. 미아리텍사스 화재 사건에 성매매 여성들이 감금된 상태에서 숨졌다는 사실은 잊히지 않았다. 영화감독이 <경찰청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형사들이 활약하는 생생한 현장을 담겠다며 자신을 형사로 끼워달라고 요청하였다. 두달 가량 따라다녀 몇 년 후에 나온 영화 제목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였다.
황운하, 조성식 인터뷰
일반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수사구조 개혁의 이점은 무엇인가?
“권력을 남용하는 기관이 있다면 모든 국민이 잠재적 피해자다. 이번에는 조국 전 장관의 일가족이 털렸지만, 언제 누가 그렇게 당할지 모른다. 죄를 지으면 수사 받고 처벌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표적수사와 과잉수사, 별건수사, 먼지떨이 수사가 문제인 것이다. 한국 검찰처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수사기관이 작정하고 달려들면 견뎌낼 사람이 없을 것이다.p267
황운하는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한 아이였다.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를 했지만 경제적 문제 때문에 경찰대학교 1기로 입학하였다. 군대식 주입 교육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3학년이 되면서 경찰 민주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실력부터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경대 첫 근무지에서 중앙대 학생들의 시위를 막는 임무를 맡았다. 친구들이 있어 한쪽은 돌을, 한쪽을 최루탄을 쏘는 사태가 벌어진 낮에는 적이요, 밤에는 동지였다.
울산시장 측근 비리 3건 모두 2017년 7월 울산경찰청장에 부임한 이후 수사에 착수해 검찰에 송치했던 사건이다. 검찰이 울산시장 관련 사건 주요 피의자들을 무혐의로 처리하자 피의자 중 한 명인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나(황운하)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그래서 ‘정치검사’ 아닌 ‘정치경찰’로 몰렸다.
경찰 조직의 부패는 뇌물과 상납이었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로 피해를 보거나, 검찰 조사실에서 맞거나 고문을 당한 경우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2017년 계급정년 5개월을 앞두고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고래고기 사건, 울산시장 사건은 지방 토호세력의 부패를 겨냥한 경종이었다. 의미 있고 올바른 수사였다 자부한다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