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뭐라고 - 여러분, 떡볶이는 사랑이고 평화이고 행복입니다
김민정 지음 / 뜻밖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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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를 좋아한다. 외출하고 돌아가다 밥 먹을 시간을 놓쳤을 때 포장마차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저자는 일본에서 거주하며 글쓰고 강의를 하는 애가 셋 딸린 엄마이다. 떡볶이 관한 책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오랫동안 쓰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글로 풀어내기엔 떡볶이가 너무나 위대한 존재였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처럼 떡볶이 떡을 구하기가 힘들고 찹쌀떡으로 기름으로 튀겨 기름 떡볶이를 해먹는다.

 

책을 읽으면서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외출하다 돌아오면서 분식 포장마차를 들러 떡볶이를 먹었다. 사회초년생일 때 컵에 담아주던 떡볶이를 떠올렸다. 지금처럼 빨간게 아닌 떡에 고추장이 많이 묻어 있지 않았지만 떡볶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던거 같다. 직장에서 출출한 오후에 사다리타기 같은 게임을 하기도 하고 십시일반 걷어 떡볶이, 순대, 오뎅(어묵) 등을 사 와서 먹었다. 민원이 오면 조금 민망해하면서 서둘러 자리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봄날의 떡볶이는 춘곤증에서 깨어나게 해준다. 수업 시간 내내 졸다가도 방과 후 노점상에서 비닐을 씌운 접시 위에 얹힌 떡볶이를 한입 베어 물면, 잠이 확 달아난다. 여름날의 떡볶이는 왜 냉떡볶이는 없을까 싶다. 가을은 떡볶이와 잘 어울린다. 영국에 떡볶이 노점상이 있었다면 영국 신사가 챙이 좁은 중절모자를 쓰고 가을날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영화화되었을 것이다. 겨울에 노점상에서 추천하는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떡볶이와 오뎅이다. 떡볶이는 계절이란 것이 있을까? 언제 먹어도 좋다.

 

일본은 한국 바로 옆에 있는 섬나라이며, 한국과 무척 비슷할 것이란 인상이 강하지만 닮았음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일본의 떡들은 주로 찹쌀로 만든다. 일본인들은 씹는 재미보다 달콤함을 선호한다. 일본에서 찹쌀떡을 사면 주연은 달콤한 팥 앙금이다. 일본에서 찹쌀떡을 사면 떡 부분은 한갓 막에 지나지 않으며 팥만 듬뿍 든 것이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p23

 

트위터에는 떡볶이 덕후들이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최고의 떡볶이를 자랑하니, 해외에 살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든 먹어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외치는 이들에게 떡볶이는 사랑이고, 정답이고, 믿음이다. 오늘도 트위터의 떡복이 사랑은 뜨겁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존맛탱!’을 외쳐보리라.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처럼!

 

 

 

모든 음악은 사랑이다. 모든 떡볶이도 사랑이다. 음악과 떡볶이가 함께하면 더욱 즐겁다. 거기에 책 한권이 더해지면 더더욱 그러하다.

 

저자의 엄마는 떡볶이를 정크푸드라고 했다. 그때는 배고픈 시대라서 떡볶이는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이십대 시절에 음식은 내 인생의 중심이 아니었다. 먹어도 그만이고 안 먹어도 그만. 스무살의 나는 덜 먹어서 체중이 덜 나가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삶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겼다. 마흔이 넘은 나는 여전히 떡볶이 앞에서 속수무책이 된다. 오늘 주어진 몇 조각을 먹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 살았더라면 떡볶이집 전문가가 되어 블로그에 떡볶이집 탐방을 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시큰둥해지고 눈물이 날때도 있는데 짭조름한 떡볶이 앞에서 시큰둥한 인생에 두어 시간만이라도 안녕을 고하고 볼륨을 높이고 말하고 웃고 울어라 한다. 대충 보내는 날도 있을 것이고, 최선을 다하는 날도 있을 것이니 오늘은 작정하고 떡볶이를 먹자. 이 책이 떡볶이를 먹을 때 생각나는 책이었으면 좋겠고, 오늘 하루가 살아갈 만한 하루가 되기를 기도한다는 저자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으로 떡볶이를 주제로 읽고, 먹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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