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크 에프 그래픽 컬렉션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에밀리 캐럴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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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크/로리할스앤더슨/에밀리캐럴/심연희/에프/그래픽노블

 

작가는 스피크 원작을 1990년에 썼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그래픽노블이 유행하기 전이었다. 열세살 때 강간당한 이후로 우울과 걱정의 그늘을 견디며 글을 썼다. 책으로 출판되고, 학교에서 수업 교재로 쓰거나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건 상상도 하지도 못했다고 머리말에 밝힌다. 그래픽노블이란 그림(graphic) 소설(novel) 합성어로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이다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며 복잡한 이야기 구조  작가만의 개성적인 화풍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힘을 찾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

 

고등학교 입학한 첫날부터 멜린다 소디노는 왕따가 된다. 레이첼 브륀은 한때 절친이었는데 걸 스카우트에서 별별 일을 다 겪으며 지냈다. 그날의 사실을 언젠가 누군가에게 말하게 된다면 아마 레이첼이 될 것이다. 전학 온 교환학생 헤더가 말을 걸어 준다. 괴짜 프리먼 선생님은 미술을 가르친다. 종이에 적힌 단어를 주면서 1년에 걸쳐 주제를 예술로 바꾸는 법을 배우게 될거라 한다.

 

 

 

 

중학교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어느 파티에서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해 파티를 망쳐 버린 것이다. 멜린다는 피해자로서 보호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오랜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고 전교생들의 왕따가 된다. 복도에서 애들이 수근댈 때, 멜린다는 말을 섞지 않으려면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찾아내려 애쓴다. 그때 사실은 이랬다고, 말할 수가 없다. 학교 응원전 이후 번개 맞은 나무들을 그려 댔다. 다 죽어 가는 나무들처럼 보이기를 바랐다.

 

인터넷 쇼핑몰 판매자인 엄마는 명절때마다 몹시 바쁘다. 추수감사절 칠면조 요리를 하려는데 냉장고에서 안 빼서 꽝꽝 얼어있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엄마는 천만 장의 바지를 팔지 못한다면 세상은 아마 멸망할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멜린다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두 분은 이혼했을 거다. 졸업할 때까지 사이좋은 척 연극을 해야 한다니 믿을 수가 없다.

 

경비 아저씨들이 쓰다가 비워둔 휴게실을 비밀 공간으로 쓰게 되었다. 나의 악몽 그놈이 나타났다. 메리웨더 고등학교에 다닌다니 또 숨어야 하나 입술을 깨물었다.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언제나 목구멍이 쓰라리고, 입술은 벗겨진 채, 경련성 후두염에 걸린 것 같다.

 

 

 

생물 시간에 죽은 개구리를 해부하려는데 내 안에서부터 비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날의 상처가 느껴진다. 기억도 없이 기절해 버렸다. 성적이 떨어진다고 부모님이 학교에 오셨는데 딸이 말을 잃었다고 한다. 아빠는 빌어먹을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수업을 빼먹고 성적이 시궁창으로 하락했다고 말한다. 학교 안에서 정학 처분을 받기로 했다. 학기가 끝나고 미술을 뺀 나머지 과목은 성적이 떨어졌다.

 

나를 아프게 한 그놈을 만났다. 이가 으스러져서 가루가 되도록 꽉 물기만 했다. 부탁만 하던 헤더가 절교를 했는데 다시 멜린다에게 도움을 청한다. 할 일이 엄청 많아 라고 거절을 한다. 멜린다는 절대로 도망치지 말자고 자신에게 속삭였다. 레이첼에게 작년 여름에 있었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나만의 은신처에서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아 짐을 정리하는데 그놈이 비밀 공간으로 찾아왔다. 멜린다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책 전체에 펼쳐져 있는 차가운 흑백의 이미지들은 이처럼 1년 동안 성폭행, 왕따, 실어증 등에 시달리면서 어둡고 우울해진 멜린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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