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평 반의 우주 - 솔직당당 90년생의 웃프지만 현실적인 독립 에세이
김슬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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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골라도 엄마 마음에 드는 옷으로 고를 정도로 소심이가 서울에 올라와 처음으로 옷을 사는 것으로 독립을 시작했다. 비정규직이었지만 첫 월세를 내던 날이 두 번째의 독립의 날이었다. 스무 살 때부터 기숙사와 사택을 전전하며 살아오다 7년만에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다.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집을 신축이라 불려서 집을 계약했다. 저자의 취향과 방식으로 가득 찬 나의 우주, 진정한 독립이 시작될거라 믿었지만 부모님의 21조의 팀워크가 되어 그들의 취향대로 이불이며 가제도구들이 갖추어졌다.

 

보일러 온도를 높여도 방이 냉골이어서 수리를 해보니 보일러는 이상이 없었다. 장판 밑의 보일러 선이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를 기세로 듬성듬성 깔려 있다는 걸 한달 뒤에 알았다. 단열재 마감이 안돼어 있어 결로 현상으로 곰팡이가 생겼다. 주인아줌마는 집을 너무 따뜻하게 해주면 그런 현상이 생긴다는 말만 하였다. 첫 집에 대한 콩깍지가 떨어져 나갔다.

    

개미똥만 한 월급일지라도 나만의 세계는 필요하니까

 

회사에서 장기근속 휴가가 나와 치앙마이로 떠났다 돌아왔다. 한겨울 동파로 얼어버린 보일러에 드라이어로 데워도 보고 물을 끓여 열선 위에 부어보기도 하며 반나절을 씨름을 하다 물이 쏟아지며 펑 터져버렸다. 견적이 90만 원이 나왔다. 치앙마이 2주 생활비와 맞먹는 금액이었는데, “보일러가 16년 됐네요 솔직히 교체 시기는 한~참 지났습니다.”(p33)기사님의 발언에 20만원 내고 새 보일러를 득템하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글이 코가 찡해진다. 추운 겨울날 보일러가 말썽을 부릴 때 그 심정을 알기 때문에.

 

 

 

 

지하철역과 가깝다는 역세권은 들어봤는데 힐세권은 처음 듣는다. 힐링과~세권의 합성어라고 저자가 지어준 이름인가? 집에 가기 위해선 아찔한 언덕을 올라야 하는 힐hill세권. 힐세권은 주식으로 치면 저평가 우량주다. 언덕만 견딜 수 있다면 장점을 안겨준다. 고요하다. 나무 뷰, 집을 사랑하게 된다, 물건을 살 때 신중해진다, 계획적으로 살게 된다, 위생 관념이 발달한다, 건강 체크가 가능하다.

 

좋아하는 언니를 따라온 동네, 역세권에 집의 연식도 젊어 만족하며 살고 있던 중 옆에 집을 허물고 5층짜리 빌라를 짓고 있었다. 창문을 열면 사생활 침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최소한 이격거리에 마주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 삼시 세끼의 요리에서 벗어난 식사 캡슐은 꼭 개발되어야 한다. 엄마의 부탁으로 낯선 사람과 일주일만 살 수 있냐는 물음에 직장 언니 집을 차지하고 누웠던 밤을 생각하며 가슴이 찌르르 떨려왔다. ‘우다다씨름하는 두 고양이와 즐거운 룸메이트 생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딸에게 여러 가지 양식으로 냉동고를 채우는 아빠의 맥시멀리스트는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다.

 

 

 

새해가 되면 살면서 한 번도 안 해본 일 하기라는 목표를 세워 1년에 하나 새로운 단어를 삶에 추가하는 것으로 우리의 우주는 훨씬 다채롭고 재밌어지리라. 동생이 독립을 한다고 집을 떠나면서 엄마의 홀로서기를 돕는다. 자식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엄마의 기분을 잠깐 환기시켜 주는 것뿐, 허무함을 떨쳐내고 스스로 행복을 찾는 법을 터득하는 것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다. 연락이 끊긴지 오래 된 친구가 결혼한다는 연락이 와서 축의금을 얼마를 할건지 고민한다.

 

책을 읽으며 상큼 발랄한 요즘 젊은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보일러가 안되서 춥고, 언덕을 오를때마다 힘들었을텐데 저자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돋보인다. 가끔은 세계가 비좁고, 매력 없고, 내가 꿈꿔왔던 것과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혼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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