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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는 시간 -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이유를 찾는 당신에게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19년 11월
평점 :

저자는 울지 않는 날이 어색할 정도로 우는 일에 익숙했다. 5년 전 처음으로 마음 치료를 받고 그때부터 써온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세상과 사람에 상처를 받아 가족과 인연을 끊고 시골 마을에 들어와 글쓰기를 하면서 삶의 고달픔을 터득했다. 시골의 자연과 고독 속에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한 여자의 성장에 관한 기록이다.
사진작가님에게 우는 사진을 부탁해서 찍었다. 무슨 생각하면서 울었냐는 물음에 예쁜 하늘만 봐도 눈물이 난다고 하였다. 떠났으면 돌아보지 말 것이지 하루가 멀게 편지를 쓴다. 쳐다보는 것만도 아까워서 눈물이 났던 그 사람이, 이제는 남이 되어 미안해를 반복했다. 수많은 편지를 쓰며 그가 흘렸을 후회와 자책이 눈물 자국이 편지지에 고스란히 박혀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안면근육 마비가 오고, 남자를 보면 숨이 차고 거품을 물었다. 고통의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게 문학이었다. 하루 열다섯 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읽고 쓰고, 울었고 아팠다.
내가 작은 행복에 겨워할 때
당신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골 마을에 부지런한 할머니가 쓰다 남은 참기름과 숟가락 하나를 주셨는데 얼마 있다가 돌아가셨다. 숟가락 하나 까지 정리하고 가신 할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아 절에 가지고 가서 극락왕생을 빌어드렸다. 책이 너무 읽고 싶은데 책 살돈이 없었다. 돈이 생기면 책보다 삼겹살이 더 먹고 싶었을 정도로 자존심을 버리고 살던 어느 날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책을 공짜로 받아서 신났다. 버려야 채울수 있다는 생각으로 수백 권의 책을 헌책방에 기부를 했다.
집 앞 공터에 손수레를 끌고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경쟁한다. 엄마가 딸의 이사를 도와주러 왔을 때 딸은 엄마의 이사를 눈물로 기억한다. 포장이사가 아닌 엄마는 손수레에 짐을 한가득 싣고 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자신의 편이었던 친정 엄마를 잃은 엄마는 남편의 폭언으로부터 도망갈 품을 잃었다. 중고 자동차에서 구입한 차가 수명이 다 되어 폐차를 시켰는데 십오만원이 들어왔다. 폐차확인서는 사망진단서 같은 것이다. 그녀석 유품을 정리하였다. 이별의 슬픔은 남겨진 자의 몫이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이별은 슬픈 법이니까
포장마차에서 자신이 쓴 소설을 팔러 다니는 무명작가, 몇 달 치통으로 고생하다 발치를 해야 했던 일, 버스 안에서 맡았던 불쾌한 냄새도 누군가에게 그리움으로 기억된다. 엄마 냄새가 좋은 것처럼. 소설가로 성공하려면 큰물에 놀아야 한다며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였다. 옥탑방을 얻고 일자리를 찾아 면접을 간 곳이 허름한 술집이었다. 이런 데인 줄 몰랐다며 돌아서는데 왜 그 사장은 다짜고짜 뺨을 때렸을까. 남은 이십 대를 우울하게 보내다 서른이 되어 독립했다. 큰물 대신 자연을 선택했다.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사연 속 주인공의 누나라고 밝히며 경제적인 문제로 삶의 의욕을 잃어가는 동생에게 용기를 주는 문자를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의 아픔이 이해되어 마음속으로 일어서기를 바라다 짧은 문자를 보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답장이 왔다. 죄송한데 다시 한 번만 보내주시겠어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보내면서 조금 울컥했다. 가끔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말일 테니까. 며칠 뒤 제과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환권이 도착했다. 그가 다시 힘을 낸 게 분명하다. 기쁜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당신은 확실히 좋은 사람이군요!’
한밤중에 쥐 때문에 잠을 설치고,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와 싸우기도 하고, 글쓰기 말고 마땅한 직업이 없다 보니 통장에 잔고가 없어 끼니를 걱정했다. 텃밭에 말뚝과 그물을 쳐놓은 것을 밤새 비바람이 망쳐 놓았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그물 같은 존재일까 늙은 부모를 생각한다. “인생은 결코 혼자선 행복할 수 없어” 위태롭지만, 함께 살아가야 하고 위태로워도 함께 버텨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