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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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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단 하나의 간절한 '소원' 압도적 상상력으로 구축된 어둠의 도시. 그곳에서 삶의 진실을 마주하다.
한달 전, 허물이 발꿈치 한점을 바늘로 따끔하게 찌르는 느낌에서 시작됐다. 하루 두 번 먹던 프로틴을 한 번으로 줄여서 먹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 뱀을 찾아 헤매는 사이, 허물이 자라서 드러나기 시작하자 공장에서 해고됐다. 공원에서 먹고 자며 뱀을 찾아다녔다. 허물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D구역으로 가기로 한다. 피부 각화증이 심해져 뱀의 허물 같은 각질이 온몸을 뒤덮는 피부병은 이 도시의 풍토병으로 알려졌다.
다른 구역 사람들에게 D구역 사람들의 피부는 깨끗하다 해도 깨끗한 것이 아니었다. 언제라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숙주와 다르지 않았다.P12
그녀는 파충류 사육사다. 석 달 전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산사태가 B구역 산기슭에 있는 사설 동물원을 덮쳤다. 파충류관도 무너져 다른 뱀들과 비단뱀도 사라졌다. 인구 50만 명의 소도시가 발칵 뒤집어졌다. 방역대가 동원돼 사라진 동물을 쫓았다. 30미터에 달하는 비단뱀은 탈피를 할 때 눈동자가 뿌옇게 변하는 블루 현상이 보이고 유목에 머리를 비비기 시작하면 허물을 벗으려는 징조였다.
방역 센터에 입소하려면 재활 계획서를 제출하고 자격 심사에 통과해야 했다. 방역 센터에 여러번 입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번 허물을 입었던 사람은 더 빠르고 두껍게 허물이 생긴다. 그 곳에서 후리, 김, 뾰족수염, 척을 만났다. 하루 두 번,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이 매일 반복돼지만 치료에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피부과 질환 권위자이자 신단백질 전문가인 공 박사가 책임자로 왔다. T-프로틴을 공급하고 방역 지침을 발표하고 도시가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는데 20여 년이 걸렸다. ‘T-프로틴’ 피부 각화증을 완화시키는 신단백질이 함유됐다는 인증마크가 붙었다.
예로부터, 롱롱이 허물을 벗으면 세상의 허물이 죄다 벗겨진다는 전설이 있다. 그녀와 김과 후리는 궁의 아궁이에 뱀이 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나선다. 드디어 거대한 뱀을 꺼내 척이 근무하는 헬스클럽 목욕탕에서 블루가 뜨려는 조짐이 있었다. 방역대의 추격을 받으면서 김의 재생타이어 가게로 향한다. 항공기 타이어가 동굴처럼 이어져 그 속에 뱀을 숨기고 허물을 벗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롱롱은 공포가 아니라 희망이야. 방역 센터가 아니라 뱀에게 소원을 빌게 될 거야.
롱롱을 찾으면 정말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영원히 허물을 벗으면 한 번도 허물 입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한 번도 버림받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P71
전설의 뱀 롱롱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진 도시는 허물을 벗으려는 사람들이 김의 가게로 모여든다. 방역 센터로 간 뒤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기도 하는데 허물을 쓴 사람들 중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작용에 대한 보상도 허술하였다. 방역 센터가 T-프로틴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단백질을 섞어 판매하고 있으며, 신단백질이 허물을 벗기기는커녕 더욱 피부에 밀착하게 만든다는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이 도시가 생산하는 건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공포가 이념이 되고, 이념이 공포를 강화시켰다. 제약 회사의 간섭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이윤을 창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다는 공박사의 말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과연 롱롱은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이런 소재를 상상한 것이 놀라웠다. 열독응원프로젝트 매3소 마지막 책이라니 많이 아쉽지만 세 권을 완독 하여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