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다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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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남태평양의 보라보라섬에서 9년을 살았다. 저자는 프랑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맨몸으로 바다를 헤엄치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별자리를 바라보며 근사한 삶을 꿈꿨지만 섬 생활은 가스가 떨어지면 음식을 해먹지 못하고 전기가 끊기면 녹으면 안되는 식재료부터 먹어 치우고,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다.

 

아빠의 배웅을 받고 돌아오는 편이 없는 편도 항공권을 끊어 군산을 떠날 때 우리 이제 언제 봐, 아빠? 울음보가 터질까 차마 말 못하고 떠나왔고 보라보라섬에 도착하여 남편의 이름을 부르고 울 수 있었다. 나는 부녀의 마음을 알 거 같아 목이 메였다.

 

섬은 소비생활이 가능한 곳이 손에 꼽을 정도라 불편한데 폴리네시아 사람들의 느긋한 모습을 보고 아이러니를 느꼈다. 반년 월급을 털어 티켓을 끊어 친정 식구들을 초대 하였다. 친구가 직접 잡은 문어를 가져와 삶고 말리고 술 안주로 먹고, 마트에서 한국에도 있는 물건들을 뭐하러 사느냐 핀잔을 주었지만, 돈 걱정 안하고 사보는게 제일 좋았다는 언니의 말에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보라보라섬에서 택배는 우체국 개인 사서함을 이용한다. 안내문이 도착하면 직접 찾으러 가야 한다. 물건을 부치고 받을 때 까지 걸리는 기간이 한달이라니 느긋함이 몸에 배였을거 같다. 처음 보라보라섬에 왔을 때, 집 두채에 친구들과 모여 살았다. 고양이들은 두 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고, 지금은 고양이 쥬드와 함께 살고 있다.

 

남편은 기념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그냥 넘긴다. 나중에 알았지만 시어머니가 자식들을 홀로 키우며 생일 축하하는 일은 없었단다. 저자는 1년을 버텼다는 이유로 축하해줄 수 있는 생일을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다. 포에 할머니 집에 세를 살았을 때 1분이면 도착하는 바닷가, 뒤로는 오테마누산이 있고 할머니가 직접 가꾸는 마당에 과일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덕분에 망고, 바나나, 파파야 등을 먹었다. 친구들의 바비큐 파티에 놀러 가고, 뒷마당에 민트를 뜯어다 모히또를 만들어 마시고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영화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시어머니와 친구가 될 수 있나요? 전등을 끄고, 코드를 뽑고, 세재를 희석해서 쓰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보라보라섬의 들은 저렴할리 없는데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틀지 않았다. 섬에 산지 오래되어 친구들이 없는 고립감을 인터넷 하는 재미로 살았는데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하니 저자는 프랑스에 있는 형들과 영상통화 하는 법, 유튜브에서 노래 찾는 법, 구글에서 검색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시어머니의 감칠맛을 내는 비법이 우리나라 MSG라니! 남편에게 비밀로 하고 둘만 아는 비밀이 생겼다. 음식, 생활 방식, 세대가 달라도 우리는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고부간의 소소한 일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섬에서 모기떼의 습격을 받아 보라보라의 진료실에서 종합병원이 있는 타히티로 비행기로 응급 수송되어 입원하고, 여러 검사들을 하였는데 치료가 잘 되어 보라보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무료라니 대단한 의료혜택이다. 내가 의식했던 슬로우 앤드 미니멀 라이프라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삶이 아니라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삶이 었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고 말한다. 잠시 섬을 떠나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솔직하고 사소함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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