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 무너뜨리기 - 세상을 지배하는 가부장제의 교묘한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해체하는 법
캐럴 길리건.나오미 스나이더 지음, 이경미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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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가부장의 화신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젠더 불평등에 반대하고 남녀동등권을 지향하는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동안 어떻게 가부장제의 조력자이자 피해자로 살아왔는가 이런 질문에서 캐럴과 나오미가 이 책을 시작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페미니스트이자 심리학계의 거장 캐럴 길리건과 인권변호사 뉴욕대학교 법학대학 연구원인 나오미 스나이더가 공저한 책이다. 가부장제란 무엇인가 톨스토이는 사랑이라거나 은근한 연민 같은 자연스럽고 선해 보이는 감정을 수치스럽고 부적절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권능이 있으며 그 안에는 잔인하고 강렬하면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희한한 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나오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섯 살에 인간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억압, 통제, 타협, 타인에 대한 끊임없는 검열로 남의 기분 맞추기 같은 전략을 사용하였고, 남은 부모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안간힘을 썼다. 상실은 스스로 침묵을 한다. 트라우마를 두려워하는 심리에서 비롯댔다는 점을 심리치료를 받고 알게 되었다.

 

캐럴의 연구에 참가한 수많은 소년과 소녀, 남성과 여성이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해내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문화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설명이 필요하다. 애착이론의 창시자 볼비의 개념에는 관계를 서로 연결된 채 살아가는 경험이라고 정의한 캐럴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캐럴은 타인을 자애롭게 돌보라는 여성스러움의 명령이 관계 맺기를 막는 장애물이라고 말합니다. 여성스러운 돌봄을 구현하려면 자아를 가져선 안 되기 때문이지요. 자아 없이 돌봄을 행하면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하게 되고 자신의 경험, 생각, 감정, 욕구, 신념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p102

 

가부장제에서의 젠더 역할, 명예로운 남성다움과 선한 여성다움이라는 규정에 관계를 복원할 능력에 소년과 소녀에게 더 이상 저항하지 말고 거리 두기로 전선을 바꾸라고 강요한다. 가부장제의 틀 안에서는 여성이 주체성과 분노를 표현하고 자신이 믿거나 원하는 바를 위해 투쟁하는 것을 이기적 행위로 간주하며 여성이 이렇게 행동하면 관계에서도 불화가 생긴다고 한다.

 

사랑은 침묵해야 따라오는 게 아니라 직접 목격하고 알아가는 가운데 사랑이 가능함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당연해 보이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부장제 문화의 각본에 맞추어 목소리를 내지만 심장 한가운데에 감성적 지능이 뛰어나며 관계에 반응하는 목소리가 숨죽이고 있었다. 두 번째는 10년 동안 여성 심리와 소녀들의 성장에 관한 하버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성인 여성들과도 긴밀하게 작업했다. 성장에 관한 연구에서 관계의 단절에 항의하는 목소리는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목소리며 강압에 눌려 침묵 속에서 밀려난다 하더라도 영원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과 미투운동은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며 순식간에 확대되었다. 여성들은 진심을 이야기할 때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건을 폭로했을 때 다른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경험을 한다. 진심을 말했다고 창피당하거나 사건을 폭로했다고 같은 여성들에게 외면 받는게 아니다. 기부장제의 관점에서 남성의 특권, 전쟁의 성과, 특혜와 권력으로 간주되었던 것은 민주주의의 렌즈로 보면 인권 침해이며 권력 남용이다. 책장이 잘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가부장제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사랑, 이별, 상실, 배신의 순간, 인간 심리를 파고들어 조종하는 가부장제 지배 논리를 뒤집을 해법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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