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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ㅣ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7번째 책이 왔다. 이 책은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김현균 교수님이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시인 4명의 삶과 시에 대해 썼다. 책이 내게로 왔다 내 블로그 이름과 비슷하여 더 끌리는 책이다.
라틴 문학은 생소하지만 보르헤스의 소설 두 권 읽어보았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도서관장이 되었지만 행복은 완벽하지 못했다. 시력 상실로 인해 책을 읽을 수 없는 마음이 어떠했을까 짐작도 못 하겠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붐을 대표하는 작가인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백년의 고독] 집필하게 된 사연은 잘 알려져 있다. 변변한 수입 없이 가재도구까지 팔아가며 쓴 작품이 [백년의 고독]이다. 어렵게 나온 소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서점에 책이 꽂히기가 무섭게 사라져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네루다 시인은 칠레를 두고 “길을 가다 아무 돌멩이나 뒤집어보라. 시인 다섯 명이 기어 나올 것이다.”라고 하였다. 루벤 다리오는 니카라과 출신의 시인이지만 칠레에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되었다. 열세 살에 일간지에 시를 처음 발표했고, 열다섯 살때 엘살바도르 대통령 앞에서 자작시를 낭송할 기회를 갖을 만큼 천재로 알려졌다. 루벤 다리오 시인은 첫 번째 부인이 죽고, 어릴 때 알고 지내던 사이던 무리요와 재혼을 하였지만 불행한 결혼이었다. 부인을 피해 다니다 과테말라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쓰러져 니카라과로 데려와서 숨을 거두었는데 마지막 순간 곁을 지킨 사람은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두 번째 부인이었다. 시인에게 영감을 준 여인은 따로 있었으니 마르가리타 데바일레란다. 참 아이러니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시가 내게로 왔다’는 잉크보다 피에 가까운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이슬라 네그라의 추억]에 실린 시의 한 구절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이 이 제목으로 애송시집을 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네루다를 다룬 영화로 <일 포스티노>가 있다. 매몰된 칠레 광부들이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네루다의 시를 돌려 읽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시인이다. 네루다의 첫사랑들 중 작품에 가장 많은 영감을 준 뮤즈는 알베르티나 로사 아소카르 여성이다. 20년 연상인 두 번째 부인 델리아는 마틸데를 만나면서 헤어졌다. 세 번째 부인 마틸데와 가장 행복하게 보냈다고 한다.
세사르 바예호는 젊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 이주자의 길을 걷는다. 바예호는 고통의 시인이다. “장대비 쏟아지는 파리에서 죽겠다”며 죽음을 예고하는 시를 쓰기도 했는데, 몸도 병들고 자신에게 또 다른 사람이 펼쳐지리라는 어떤 기약과 희망도 없었다. 나이 마흔여섯에 어릴 때 앓았던 말라리아가 재발한 것이 죽음의 원인이었다. 생전에 [검은 사자들],[트릴세]두 권의 시집을 남겼고, 사후에 두 권을 합쳐 네 권의 시집을 남겼다. 몇 명의 여성이 있었지만 앙리에트와 오랜시간 관계가 지속됐다. 죽기 전까지 사진 속 조젯과 4년 동안 살았다.
1929년 베르사유에서 조젯과 함께 있는 바예호의 모습
반시反詩를 주창한 시인 니카노르 파라는 원래 물리학자였는데 시인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1914년생인 파라는 2018년까지 100세를 넘겼다. ‘나는 시를 청산하러 왔다’에서 시를 깨끗이 쓸어버리겠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 파라의 시 세계와 유사한 시적 지향을 보이는 우리나라 시인으로 황지우와 박남철을 들수 있다. 정형화된 제도로서의 시에 얽매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