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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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나라 프놈펜에 원더랜드가 있다. 규모는 크지 않는 호텔이라기보다 민박에 가깝다. 객실은 여섯 개로 101호와 106호가 서로 마주보는 구조다. 웬만한 손님은 마음에 들지 않는 호텔 사장 고복희는 괴팍한 여자라는 평이 있지만 정확한을 추구한다.

 

고복희는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원더랜드는 정확하게 여섯시에 열고 밤 열두시에 닫는다. 체크인은 오후 두시 이후, 체크아웃은 오후 열두시. 투숙객은 모두 이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호텔에 통금이 어디있느냐 투숙객들은 항의를 하기도 한다.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는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엄마가 공장에서 일하면서 딸 아이를 대학까지 보냈다. 엄마는 산업역군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소설 속에 엄마 강금자가 내가 아닐까 착각이 든다. 나또한 선업역군의 한사람으로 그 말이 듣기 싫었는데 말이다. 25년동안 중학교 영어 교사로 일할 때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은 로보트. 토요일 밤이면 장영수는 디스코텍에 데려갔는데 고복희는 테이블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남편 장영수는 국어 교사였다. 새만금 갯벌을 두고 정부와 주민들의 법적 다툼이 시작되고 장영수도 농성에 빠지지 않았다. 병을 얻은 남편이 죽었다. 우리 퇴직하면 남쪽 나라에서 살까요? 했던 남편의 한마디에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떠나왔다. 호텔 손님들 중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를 꺼내서 고복희의 관심을 끌지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마음을 열었던 사람은 죽은 남편 장영수다.

 

원더랜드는 고복희의 무뚝하고 고지식한 성격에 망하기 직전이다. 손님이라곤 새벽에 도착해 눈만 붙이고 떠나는 백패커 몇이 전부였다. 새벽에 일할 직원을 쓴다는 건 시간 낭비, 돈 낭비, 에너지 낭비라고 직원도 줄이다 못해 이제는 한 명 뿐이다. 직원인 린이 요즘 뜨는 ‘ooo한달 살기를 제한한다. 첫 손님으로 컴컴한 밤에 선글라스를 쓰고 두리번대는 박지우를 보자 불안한 예감이 올라왔다.

 

린은 많은 것을 일러준다. 옳다고 믿었던 것이 어쩌면 옳지 않은 행동일 수도 있다고. 그저 싫어만 했던 것에서 새로운 뭔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p77

 

원더랜드는 좋은 곳이다. 장담할 수 있다. 왜 손님이 없는지 의아할 정도다. 린은 원더랜드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단순희 돈을 벌기 위해 일했던 저번 직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p101

 

박지우는 회사 생활을 석 달도 버티지 못하는 성격이다. ‘이국적으로 아름다운 객실, 친절한 직원, 가족 같은 분위기, 동남아 정취를 만끽하세요. 배너를 클릭하니 한달 객실 무료 조식 석식 제공을 한다고 되어 있다. 지우는 무조건 떠나서 원더랜드에 한 달 살기로 한다. 막상 와보니 투숙객은 혼자 뿐이고 식사도 사장이 직접 만들고 있다. 앙코르와트에 가겠다고 환불을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프놈펜 교민 중 몇 명과 만복회 회장은 원더랜드에 들러 강짜를 놓고 고복희 사장을 괴롭힌다.

 

교민 회장에게 맞서게 되는 날 폭도라는 말을 듣는다. 고복희는 대학 시절 그때도 그랬다며 회상을 한다. 저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팔 개월 머물면서 이 책을 썼다. 일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그녀, 투박한거 같지만 마음은 따뜻한 고복희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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